“안 그래도 힘든데”…항공업계, 유가 재상승 움직임에 ‘한숨’

시간 입력 2022-10-18 07:00:02 시간 수정 2022-10-18 09: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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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국제 유가 상승세 전환 유력해
‘고정비 증가→수익성 악화’ 악순환
비용 부담↑…4분기 실적 개선 난망

대한항공 보잉787-9.<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787-9.<사진제공=대한항공>

올해 4분기 일본, 동남아 등 국제선 운항 재개를 통해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나선 국내 항공업계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환율, 고금리 등 악재로 인해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인 유가 재상승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최근 성명을 내고, 다음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배럴 감축하기로 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202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감산이다.

글로벌 주요 산유국 협의체의 이번 감산 결정으로 한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6월 배럴당 122달러(약 18만원)를 돌파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이달 들어 배럴당 83달러(약 12만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원)를 넘어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고유가 흐름에 따른 국적 항공사들의 고정비 지출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류비가 항공사 매출 원가의 30~4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유류비 지출이 증가하면 손해도 함께 늘어난다. 실제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대한항공은 2800만달러(약 403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250만달러(약 180억원)의 유류비 지출이 늘어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가로 인해 항공사들이 항공권에 부과하는 유류할증료가 오르면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유류할증료는 지난달 말부터 유가 하락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유가 상승의 여파로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방역 완화 덕분에 일본, 동남아 등 국제선 운항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비 증가는 항공사들 입장에서 큰 부담”이라며 “항공 운임 증가로 인해 국제선 여객 수요가 위축되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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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흐름이 장기화 수순을 밟고 있는 점도 악재다. 국적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비(대여료), 유류비 등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데, 1400원대의 원·달러 환율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은 약 350억원의 환손실을, 아시아나항공은 약 284억원의 환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고환율로 인한 환손실 여파로 올해 3분기 말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자본 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고환율 직격탄에 이어 고유가 전환을 앞둔 만큼 남은 4분기 실적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43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은 7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고금리에 유가 재상승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 항공사들의 연내 실적 개선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선 여객 수요 증가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아직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릿고개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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