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새 먹거리 ‘BNPL’…당국 경고장이 미칠 영향은

시간 입력 2022-07-07 07:00:01 시간 수정 2022-07-06 17:48:31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일단 사고 나중에 갚는 BNPL…핀테크 이어 카드사도 진출
씬파일러 확보한다지만…연체율 우려도 상존

<사진=픽사베이>

카드사들이 새 먹거리로 ‘후불결제(BNPL)’ 서비스를 낙점하고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에 금융 이력이 없는 ‘씬파일러(Thin Filer)’ 고객층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짚고 나서면서 BNPL 서비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BNPL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인 ‘결제성 리볼빙’의 이월 잔액 증가에 우려를 표했다.

◇현대카드, BNPL 시장 첫 진출…KB국민·신한카드도 준비 중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손잡고 BNPL 서비스를 오픈했다. 현재 국내 카드사 중 BNPL 서비스 제공하는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서비스 대상은 만 19세 이상의 현대카드를 신청하거나 이용한 이력이 없는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 회원이다. 현대카드 측은 신용 이력이 부족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들었던 씬파일러를 위해 해당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BNPL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던 카드사는 현대카드 한 곳만이 아니다. KB국민카드는 사내벤처 하프하프 팀을 통해 올해 3분기 BNPL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모바일 결제 기업 ‘다날’과 협업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국내 1호 대안신용평가 기업 ‘크레파스솔루션’과 함께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와 BNPL사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 훨훨…MZ세대 취향저격까지

BNPL(Buy Now Play Later)은 말 그대로 현금 없이 먼저 사고 나중에 돈을 내는 서비스다. 기본적인 지불 구조는 신용카드와 같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아 사회 초년생이나 주부, 자영업자 등 금융 이력 부족자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BNPL 시장은 급성장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며 경제력이 약한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호주의 애프터페이(Afterpay)의 이용 고객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73%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이 BNPL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와 토스는 각각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했으며, 카카오페이는 월 15만원 한도로 후불교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들 핀테크는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는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수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보다 신용카드 사용 문화가 널리 퍼진 국내 시장 특성상 큰 메리트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을 유치하고 이들을 묶어두는 데에는 적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신용카드보다 높은 연체율…다중채무 발생 우려도

문제는 건전성이다. BNPL를 사용하는 주 고객층의 특성상 구매대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BNPL 고객의 지난 3월 연체율(1개월 이상)은 1.26%로 신용카드 연체율(0.54%)의 두 배가 넘었다. 특히 BNPL사들의 이용자 연체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중채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크레딧 카르마(Credit Karma) 조사에 따르면 미국 BNPL 서비스 사용자의 38%가 결제 시기를 놓쳤고, 이들 중 72%는 신용점수가 하락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BNPL 서비스의 적은 한도는 오히려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또 연체에 대한 심리적 무게감이 신용카드보다 가벼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그간 축적한 데이터와 금융업 역량을 바탕으로 BNPL에 대한 안정적인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BNPL 서비스를 출시한 현대카드 역시 “내부 신용평가모델에 기반해 적극적으로 연체율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금융권 내 연체 정보 공유를 통해 다중채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심은 카드사 자산건전성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여신전문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카드사들에게 건전성 관리를 당부하면서, 카드사의 BNPL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올해 들어 이용 금액이 증가하고 있는 ‘결제성 리볼빙’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결제성 리볼빙은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카드값의 일정 비율을 다음 달로 넘겨 결제하는 서비스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62억4163억원으로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이 BNPL 서비스로 인한 부채 발생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국내 금융당국이 움직일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 초 영국 금융행위규제청(FCA)는 BNPL 서비스 시장에 대한 감독 강화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고, 그해 말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는 주요 BNPL사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보험연구원의 손보배 연구원은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 시장의 성장과 보험산업’ 보고서에서 “BNPL 시장은 소비자에게 편리성이라는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장에 채무불이행 위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최근 선진국 금융정책 당국은 BNPL 시장에 대한 감독 및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