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반대에도 분사한 SK배터리, 글로벌 시장공략 탄력 받나

시간 입력 2021-09-17 07:00:01 시간 수정 2021-09-16 17: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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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일부 소액주주 반대 불구 배터리 물적분할 의결…내달 1일 'SK배터리' 출범
"분할로 투자 조달 관련 유연성 높아져"…글로벌 '톱3' 목표 달성 '잰걸음'

출처: SNE리서치/단위: GWh

국민연금과 일부 소액주주의 반대에도 SK이노베이션(사장 김준)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이 결정됐다. 경영 측면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 체제를 갖추고 재무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자평한 가운데 SK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임시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하는 ‘배터리 사업 및 E&P 사업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을 주주 80.2%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로써 배터리 전문 신설법인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가 다음달 1일 공식 출범한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일부 주주들은 주총에 앞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면서 물적분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만 33.4%에 달한데다가 국내외 의결권 자문 기관들이 찬성 의사를 던지며 분할 결정을 막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로 SK 배터리 사업이 신속한 의사 결정 체제를 갖추고 재무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날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배터리 분할 배경에 대해 “배터리 사업에 독립경영체제를 빠르게 정착 시켜 우리가 필요한 시점에 언제라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했다”며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을 육성하고자 재원을 조달할 때 독립 법인화해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SK배터리 재무 구조에 힘을 싣기 위해 전체 자산 18조5000억원 중 25%인 4조6000억원을 넘긴다. 현금성 자산도 전체 5000억원 중 73%인 3770억원을 몰아주기로 했다. 반면 장기차입금은 2조2000억원 중 31%인 7000억원만 이전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설하는 SK배터리는 글로벌 3위 목표 달성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2019년 김 사장은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오는 2025년까지 세계 3위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7월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5.4%의 점유율로 첫 5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삼성SDI를 앞질렀다. 누적 배터리 사용량이 7.4GWh로 직년 동기 대비 147.8% 증가했다. 기아 니로 EV와 현대 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유럽) 등의 판매 증가가 성장을 이끌었다.

증권업계는 내년 SK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이 1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배터리 수주 규모가 1TWh로 전 세계 3위 수준에 도달한 만큼, 생산량만 뒷받침되면 목표 달성 시기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 배터리 공장<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이미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의 합작사 설립 등 배터리 생산량 확대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18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분할이 결정된 만큼 향후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가장 큰 방법은 IPO"라며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다만 내년으로 예상된 IPO 시기는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재원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지만 배터리 부문 흑자 전환 등 시장에서 신뢰를 먼저 쌓은 후 IPO를 포함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유리한 자금 조달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서 보여줄 것이 많지만 이를 증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SK이노베이션이 어떻게 성장하고 배터리 사업이 어떻게 갈지 실적과 진척 상황으로 보여주면서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는 시점에 IPO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IPO 가능성에 대해 "최소한 그건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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