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M&A 등 미래 밑그림 다시 속도

시간 입력 2021-08-11 07:00:07 시간 수정 2021-08-10 17: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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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 출소…19조원 규모 미국 반도체 투자·M&A 등 과제 산적
총수 의사결정으로 '초격차' 전략 재가동…지지부진 투자 시점 앞당길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그간 주춤했던 반도체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미 투자를 공식화한 19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투자 건에 더해, 하만 인수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유망 기업 인수합병(M&A)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9일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에 따라 오는 13일 수형 생활에서 풀려난다. 삼성전자는 가석방 결정이 내려진 지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따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곧바로 온전한 경영 행보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석방 이후에도 경영 참여와 관련 적지 않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따른 5년 취업제한 규정이 대표적이다. 가석방은 형의 집행을 즉시 면제해주는 특별사면과 달리 조건부 석방이어서 이 규정이 적용된다.

다만 이 부회장이 수감 중에도 삼성전자 임직원에게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당부하는 등 의사결정 방향을 제시해왔던 만큼, 업계는 가석방 이후 그룹 내 주요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26일 옥중 메시지를 통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전자는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출처: 삼성전자/단위: 조원

이미 삼성전자가 투자에 필요한 실탄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서 업계는 이 부회장의 복귀가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와 대규모 M&A 시점을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순현금)은 2017년 65조원, 2018년 90조원, 2019년 94조원, 지난해 105조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에는 역대 최대치인 112조원을 기록했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M&A가 없는 상황에서 그간 벌어 들인 이익이 현금 재고로 이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와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3년간 M&A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보유현금이 증가했다”며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에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당면 과제는 미국 파운드리 투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170억달러(약 19조원4000억원) 규모 미국 현지 투자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해 투자 시점에 대한 의사결정이 2개월 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테일러를 비롯해 애리조나주 인근 굿이어·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카운티 등 최소 5곳 이상을 공장 설립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를 통한 새 먹거리 발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만 인수 이후 조용한 행보를 걸어온 삼성전자와 달리 엔비디아(ARM 인수), AMD(자일링스 인수), 퀄컴(누비아 인수), SK하이닉스(인텔 낸드플래시부문 인수) 등 경쟁사들은 유망기업 인수에 발 빠르게 나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NXP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NXP는 자동차 부문별 장치를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와 인포테인먼트 반도체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NXP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한 미국 오스틴에서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점도 M&A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A와 관련해 “구체적 분야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면서도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와 M&A 관련 작업을 진두지휘해 빠른 시일 내 유의미한 결단을 이끌어 낼 것으로 분석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 경영 복귀에 대한 국민 지지 여론이 절반을 넘었던 것을 삼성전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의미 있는 결단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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