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그룹,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형제경영' 한 길만

시간 입력 2020-07-13 07:00:04 시간 수정 2020-07-14 07: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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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한국을 이끄는 기업-진화와 혁신의 주역들
30대 젊은 총수 '3세 경영' 포문…성공적 M&A·선제적 순환출자 해소 성과


16년 전 정지선 회장은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백화점 지분 9.65%를 증여받았다. 당시 총괄 부회장 신분이었던 정지선 회장의 나이는 33세.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오른 그에게 재계가 주목했다.

그로부터 7년후 정교선 부회장이 기획조정본부 사장에서 승진했다. 분리경영 말도 많았지만 형제간 끈끈한 경영 협력은 더욱 돈독해졌다.

정지선 회장은 10년 전 '패션(열정)비전-2020'을 통해 백화점 등 기존 사업은 경쟁력을 키우고, 중장기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프라인 유통 환경 위축, 규제 강화 등 대외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유통-리빙-패션'이라는 3대 주력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성과를 냈다.

1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의 지난 10년간(2009~2019년) 자산‧시총‧실적‧재무현황 등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 25개 계열사 매출 총합은 8조9205억 원이다. 2009년과 비교해 계열사 수는 4개 줄었지만 매출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3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3세 경영을 시작했다. 2003년 당시 총괄부회장이던 정지선 회장은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 지분 3.02%를 물려받았다. 이후 조금씩 현대백화점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던 정 회장은 2004년 12월 현대백화점 지분 15.72%를 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11년 정 회장은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을 승진시키며 형제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형제가 소유한 계열사 지분을 보면,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17.09%)과 현대그린푸드(12.7%)를,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23.8%)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또 현대그린푸드가 현대백화점 지분을 12.05% 보유해 정교선 부회장이 간접 지배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지선 회장이 유통 부문을, 정교선 부회장이 비유통 부문을 각각 경영하는 모양새로 가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형제경영 체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같은 지분 구조를 볼때 분리 경영은 아직 먼 얘기다.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 정기 주총을 통해 정교선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미등기 임원으로 머물러있던 정 부회장을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등기 임원으로 올렸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백화점 경영에 형제가 모두 참여하게 돼 형제경영은 더욱 탄력이 붙었다.


한편 2010년 향후 10년 계획을 담아 발표한 '패션(열정) 비전-2020'의 성과를 짚어볼 시기가 됐다. 당시 그룹의 사업은 백화점·아울렛으로 대표되는 '유통', 단체급식·식자재유통 등 '종합식품', 홈쇼핑·종합유선방송 등 '미디어'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뉜다. 10년 후 현대백화점그룹은 여기에 리빙, 패션을 추가했다. 또 유통 사업은 면세점에 뛰어들어 신성장동력을 확보했다. 2020 비전을 통해 밝힌 미래성장 사업 부문을 육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보수적인 비용 전략을 펼치는 곳으로 정평이 났다. 인수합병(M&A)가 활발한 기업은 아니지만 '현대리바트', '한섬'은 성공적인 M&A로 평가받는다.

인수 당시 연매출 4000억 원대였던 한섬은 1조 원대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현대백화점, 홈쇼핑 유통 채널 인프라를 활용한 출점, 과감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다.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합류한 현대리바트는 그룹 내 매출 규모가 세번째 큰 곳으로 효자 계열사로 부상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건축자재 전문기업 '현대L&C'를 인수해 '토탈리빙' 사업 모델을 완성했다.

순환출자도 해소했다. 비교적 순환출자 고리가 복잡하지 않은데도 선제적으로 나서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정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또 정 부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출자고리를 해소했다. 두 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끊기면서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순환출자 고리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정 회장은 은행 차입으로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고, 정 부회장은 본인 소유의 현대홈쇼핑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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