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책임보험금 누계 4034억…삼성화재 298억·DB손보 258억 증가
AI·임원배상 리스크 확대…“통제 벗어난 AI, D&O 청구로 이어질 수도”
국내에서 영업 중인 손해보험사들이 책임보험으로 지급한 보험금이 지난 1년 동안 20%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책임보험은 일반손해보험의 한 종류로, 크게 일반배상책임보험과 전문직업인 배상책임보험, 생산물 배상책임보험 등으로 나뉜다. 일반배상책임보험에는 선주·유도선 사업자, 도로운송사업자, 가스사고, 체육시설 등 정부가 가입을 의무화한 재난안전 관련 보험이 포함된다.
29일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들이 지급한 일반손해보험 내 책임보험 보험금은 올해 6월 누계 기준 403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6월 누계 3355억원보다 679억원(20.2%) 증가한 액수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 1090억원 △현대해상 726억원 △DB손보 594억원 △메리츠화재 540억원 △KB손보 512억원 △한화손보 230억원 △라이나손보 74억원 △신한EZ손보 67억원 △NH농협손보 66억원 △AIG손보 48억원 △흥국화재 47억원 등의 순으로 지급액이 많았다.
증가액 기준으로는 삼성화재와 DB손보가 앞섰다. 삼성화재가 지급한 책임보험 보험금은 792억원에서 1090억원으로 298억원(37.6%) 늘었고, DB손보는 336억원에서 594억원으로 258억원(76.8%) 증가했다. 증가율로는 DB손보가 가장 가팔랐다.
이어 △메리츠화재 75억원(464억원→540억원) △라이나손보 44억원(30억원→74억원) △한화손보 30억원(201억원→230억원) △AIG손보 15억원(32억원→48억원) 등의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
반대로 지급 보험금이 줄어든 곳도 있다. 롯데손보는 85억원에서 10억원으로 75억원(88.2%) 줄었고 △현대해상 22억원(748억원→726억원) △NH농협손보 12억원(78억원→66억원) △하나손보 11억원(27억원→16억원)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이처럼 지급액이 불어난 배경에는 책임보험이 떠안는 위험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AI 통제 실패도 임원 책임”…D&O로 번지는 리스크
보험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배상책임보험은 의무배상책임보험 확대와 제도 정비, 전문직 배상책임에 대한 인식 제고 등에 힘입어 성장해 왔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8.1%로, 배상책임보험을 제외한 일반손해보험의 성장률(4.8%)을 웃돌았다.
최근 주목받는 분야는 전문직업인 배상책임보험에 속하는 임원배상책임보험(D&O)이다. 보험연구원은 “기업에 대한 책임 강화로 임원의 법적·재무적 위험이 커지면서 임원배상책임보험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며 “상법 개정과 ESG 경영의 부각, AI 활용 확대에 따른 리스크 증가가 시장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최근 10년간 계약 건수와 보험료가 각각 연평균 12.6%, 7.1%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AI가 새로운 배상책임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중개업체 에이온(Aon)이 300건 이상의 AI 관련 소송을 분석한 결과, 범죄와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보안, 기술 오류 등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에서 대규모 보험금 지급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모델의 작동이나 활용과 관련해 기업 경영진까지 소송에 휘말릴 경우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험금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임원배상책임보험 시장에는 한계도 있다. 보험연구원은 국내 상품이 대형 금융사와 상장기업에 편중돼 있고, 영문 약관 의존도가 높아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조항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보장 범위가 좁고 면책조항이 많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책임보험의 위험 평가와 보험료 산정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책임보험은 의무가입 확대로 보험료가 꾸준히 늘어온 종목인데, 이제 지급 보험금이 그 속도를 따라붙는 국면에 들어섰다”며 “AI와 중대재해, 기업 지배구조처럼 과거에 없던 배상 사유가 늘어나는 만큼 인수 기준과 요율 체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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