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vs 통상 압박…국내 데이터센터 ‘마지노선’에 막힌 협상
네카오·티맵 “산업 주도권 뺏긴다”…지도 반출이 데이터 흐름 바꾸나
애플도 1:5000 반출 신청…정부 “사례로 기준 만들까” 검증 과제 커져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지도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구글>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여부를 결정할 정부의 보완자료 요구 시한이 오는 2월 5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세 차례나 연기된 이번 결정은 국가안보와 통상, 산업 경쟁력 간 이해관계가 얽히며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IT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지난해 2월, 축척 1:5000 수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법정 처리기한(60일) 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이후 세 차례(5월·8월·11월)에 걸쳐 결정 시점을 연기한 끝에 2월 5일을 최종 시한을 못 박았다.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구글이 영상 보안처리 및 좌표표시 제한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포함한 보완 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정확한 심의가 어려워 해당 내용에 대한 명확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8월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옥과 구글맵 어플리케이션을 2회 다중노출 촬영한 모습. <출처=연합뉴스>
최근 구글은 정부의 안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민감시설 블러(가림) 처리’ △‘국내외 이용자 대상 좌표값 삭제’ 등 일부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세 번째이자 핵심 조건인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정책 부사장은 지난해 9월 간담회에서 “전 세계 20억명이 실시간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위해선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분산 운영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즉, 구글은 한국 내에만 데이터를 저장하고 해외 서버와 분리 운용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라며 반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없는 이상, 보안시설 좌표값이 해외로 반출된 뒤엔 한국 정부가 이를 통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반출 승인 여부의 핵심 조건으로 못박은 상태다. 한국지리정보원도 “축척 1:5000의 고정밀 지도는 70년 넘게 국민의 세금 수조 원이 투입돼 만들어진 핵심 국가안보 자산”이라며 “이를 무작정 해외로 반출하라는 것은 곧 디지털 주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 역시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허용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단순한 시장 경쟁력 약화가 아니라, 국내 데이터 기반 산업의 주도권 상실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에 고정밀 지도가 반출되면 자율주행, 드론배송, 스마트시티 등 위치 기반 산업 전반의 데이터 흐름이 구글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공공 데이터를 바탕으로 쌓아온 경쟁력이 한순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도 데이터는 국민 세금으로 구축된 공공 자산인데, 글로벌 기업이 이를 대가 없이 활용하면서 국내에서 세금조차 거의 내지 않는 현실은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사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는 미국 정부의 개입이다. 정부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불허할 경우, 한·미 간 통상 갈등이 심화될 수 있고, 반대로 반출을 허용하더라도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미국이 ‘차별’ 프레임을 내세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은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지목해 왔다. 실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3월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은 위치 기반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제한하는 전 세계 유일한 시장”이라며 고정밀 지도 반출문제를 한·미 관세 협상 의제로 올렸다. 최근 들어 미국 정치권이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쿠팡 개인정보 이슈 등에 이어 이제는 지도 반출 문제까지 연이어 거론하면서, 압박이 점점 노골화되는 분위기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도 반출을 불허하면 통상 갈등이, 허용하면 보안 리스크가”라는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반출을 허용한 뒤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미국 정치권이 이를 ‘한국의 부당한 차별’로 규정하며 쿠팡 사태 때와 같은 통상 분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황성혜 구글코리아 부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2025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출처=국회사진기자단>
한편 지난해 6월, 애플도 1: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정부에 신청했다. 애플은 “국토지리정보원의 수치지형도를 기반으로 티맵모빌리티가 조사한 데이터를 추가한 전국 단위 상용 디지털 지도”라고 설명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2일 출입기자단 신념 간담회에서 “애플은 국내 서버가 있고 구글은 없으니 애플과 논의 기준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고, 잘 정리된다면 (기준이) 확대될 수도 있다”며 협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애플 서버는 자체 설립이 아니라 임대 형태이며, 실제로는 한국·미국·싱가포르 세 곳에 분산 저장하려는 계획”이라며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결정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용하든 불허하든 모두 한국이 손해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그래픽] 우리금융 순이익 추이](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6/10/27/2026102710510076504_m.jpg)
























































































![[26-08호] 외국계기업 특수관계자 거래비용 분석](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6/09/22/2026092209074802558_m.png)





![[이달의 주식부호] 반도체 기업 강세…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6위로 3계단 상승](https://www.ceoscoredaily.com/photos/2026/10/02/2026100211155431699_m.jpg)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