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서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 정책 토론회 개최
산자위 소속 국회의원 비롯 삼성·LG 등 업계 대거 참석
K-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피해 없도록 처벌 강화해야”
“세액 공제 이월 기간 연장, 직접 환급제 등 도입 필요”
‘R&D·인력·인프라 지원’ 디스플레이 특별법 제정해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글로벌 시장을 싹쓸이하면서 한때 세계 무대를 주름잡았던 K-디스플레이가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위기를 느낀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제고해 디스플레이 시장을 사수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정책 지원이 요원해 K-디스플레이가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처벌 강화, 세액 공제 이월 기간 연장 등 실효성 높은 지원책이 조기에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연구개발(R&D)·인력·인프라 지원을 포괄하는 ‘디스플레이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이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 진단 및 경쟁력 강화 전략 마련’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국회의원과 디스플레이 거점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와 학계, 연구기관, 정부 유관기관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이들은 글로벌 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와 기회를 점검하고, 향후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박진한 옴디아 이사는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이사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양적 성장의 한계에 도달해 프리미엄 OLED·마이크로 LED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추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OLED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 차별화, XR(확장 현실)·차량용 패널 등 신시장 확대, 글로벌 공급망 전략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9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다음으로 발표에 나선 이준 산업연구원 경영부원장은 K-디스플레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이 경쟁국에 비해 매우 낮다고 짚었다.
실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선제적 투자와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과 롤러블 TV 등 첨단 IT 기기와 가전 제품 출시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선 반도체 등 타 산업과 달리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부원장은 “미국, 일본, 중국 등은 반도체·배터리와 함께 디스플레이를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며 “특히 중국 정부는 전방위적 보조금을 투입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국의 사례를 볼 때, 한국 역시 차세대 전략 분야인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투자 지속성 확보, 산업 인프라 고도화, 생태계 경쟁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 및 학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리더십을 제고하는 데 전사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먼저 삼성은 기술 유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삼성디스플레이는 핵심 기술 유출로 인해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일례로 삼성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이었던 염모씨는 사내 EDM(전자문서관리시스템)에 접속해 2021년 3~4월 두달 간 총 17개의 대외비 문서를 열람하고 촬영했다.
이후 같은해 5월 삼성디스플레이를 퇴사한 그는 중국 전자 업체로 곧바로 이직했다. 염모씨는 보관하던 자료 파일을 중국 업체 직원에게 전송해 중국어로 번역하게 한 후, CEO(최고경영자) 등 임직원 4명에게 2022년 5월까지 위챗과 이메일로 14차례 전송했다.
유출된 자료들은 디스플레이 자동화 공장의 운영 체제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국가 핵심 기술인 AMOLED(아몰레드) 패널 공정·제조 관련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염모씨가 유출한 자료의 가치는 무려 2412억원 수준으로, 최대 10년의 기술 격차를 단숨에 해소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됐다.
박준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최근 5년 간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례가 21건에 달한다”며 “피해 규모가 날로 확대되는 만큼 국가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와 강력한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1.4형 5000PPI RGB 올레도스 제품.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실질적인 세액 공제 혜택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박 부사장은 “지속적 투자를 위해서는 세액 공제 이월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LG도 삼성의 의견에 크게 공감했다. 이한구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은 “현행 세액 공제 제도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첨단 산업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처럼 직접 환급제와 제3자 양도를 통한 현금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이에 기업이 적자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 자금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R&D 시설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도 실효성 높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병욱 동진쎄미켐 사장은 공급망 안정화와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단가 경쟁력에 있어 열세에 있는 디스플레이 소부장 산업의 육성 방안으로 ‘국내 생산된 소재·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 인센티브 제도‘를 제안했다.
문성준 에이치비테크놀러지 대표는 “디스플레이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예비 타당성 제도의 유연성 확보, 미래 지향적 R&D 강화, 기업 중심 과제 설계가 병행돼야 글로벌 경쟁에서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을 선도할 인재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장혁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우수 인력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특화된 인재 양성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특별법’ 같이 K-디스플레이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할 디스플레이 특별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상진 디스플레이협회 상무는 “R&D·세제·인력·인프라 지원을 모두 아우르는 디스플레이 특별법이 제정돼야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며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잃을 수 있는 만큼 국회와 정부가 K-디스플레이의 장기적 비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달라”고 강조했다.

2024년 10월 대만 타이베이 그랜드메이풀 호텔에서 열린 ‘삼성 OLED IT 서밋 2024’.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업계의 목소리를 청취한 정부와 국회는 K-디스플레이를 위한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재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디스플레이가전팀 과장은 “정부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지원 중이다”며 “초격차 유지를 위해 실질적인 정책 지원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산자위 소속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자 제조업 투자의 한축을 담당하는 산업이다”며 “국회는 정부와 적극 협력해 차세대 OLED·마이크로 LED 등 미래 기술 R&D 투자 확대, 소부장 국산화 및 공급망 안정화, 전문 인력 양성, 세제·금융 지원 강화 등 종합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산자위 간사 김원이 민주당 의원도 “디스플레이 산업은 첨단 전략 산업으로, AI(인공지능)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미래 혁신의 핵심이다”며 “중국 등 경쟁국의 기술 추격과 가격 압박이 거세진 만큼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기술 개발·시장 개척·정책 지원을 포괄하는 종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자위 간사로서 입법·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승우 디스플레이협회 상근부회장은 “K-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을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회는 이번 국회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정책 토론회를 계기로 디스플레이 산업이 다시 한번 국민적 관심과 정책적 뒷받침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업계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9월 22~23일 이틀 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디스플레이 산업 전시회’. <사진=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편 K-디스플레이의 기술력과 산업 확장성을 국회와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이달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 간 국회의원회관 제2로비에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소부장 업체들이 참여한 ‘K-디스플레이 산업 전시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디스플레이와 자동차·AI·방산 등 주요 산업 간 융합 시너지를 조명하며, 미래 성장 가능성을 엿봤다.
‘디스플레이,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만들다’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전시회에는 △OLED △마이크로 LED △라이트필드 디스플레이 △롤러블·스트레처블베젤리스 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OLED 재료 △AR(증강 현실) 글래스 등 혁신 기술과 AI·모빌리티 등 융합 기술이 총망라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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