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지배구조 개편실험 3년만에 다시 ‘원위치’…“‘유통 명가’, 기업분할 실패 체면 구겼다”

시간 입력 2025-09-25 07:00:00 시간 수정 2025-09-25 15: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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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로 신설한 킴스클럽·글로벌…실적 부진 속 리테일로 재합병
매출은 감소하고 손실은 두배로…신사업도 철수, 외연확장 실패
‘떼었다, 붙였다’식 구조개편 실험 사실상 실패…시간·비용 출혈

이랜드리테일이 지난 2022년 물적분할로 신설했던 이랜드킴스클럽과 이랜드글로벌을 불과 3년 만에 다시 이랜드리테일로 흡수 통합했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 실험이 사실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실패로 돌아 가면서, 경영진의 전략 부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룹내 안팎에서 핵심 사업조직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지배구조 개편 실험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7월 이랜드킴스클럽과 이랜드글로벌을 흡수합병 한다고 공시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앞서 지난 2022년 유통사업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이랜드리테일을 물적분할, 하이퍼마켓 사업을 담당하는 이랜드킴스클럽, 패션브랜드 사업을 담당하는 이랜드글로벌,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분할존속회사 이랜드리테일 등 3개 전문회사로 나눈 바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분할 실험이 실패하면서 이를 3년 만에 원상복귀 시키는 것이다.

이랜드 측은 2022년 당시 자회사 분할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사업 전문성 제고·경영효율성 강화 △사업경쟁력 강화·합리적 성과평가 △시장환경 및 제도 변화 신속 대응·글로벌 경쟁력 강화 △존속회사(이랜드리테일)의 재무구조 건전화 도모 등을 꼽은 바 있다.

이 같은 기업분할 전략은 당초 기대와 달리 사실상 3년만에 실패로 귀결됐다. 기업분할 자회사 실적은 기대와 달리 줄어들었다. 이랜드킴스클럽 매출은 2023년 5486억원에서 지난해 4838억원으로 11.8% 감소했고, 이랜드글로벌 매출 또한 같은 기간 4749억원에서 4129억원으로 13.1% 감소했다.

신사업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랜드킴스클럽은 2023년 6월 시작한 편의점 사업을 불과 1년 만에 접어야 했고, 나머지 점포도 모두 정리수순에 돌입했다. 기업분할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외연을 확장 하려던 전략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특히 분할 이후 이랜드리테일의 재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랜드리테일의 매출은 1조5713억원에서 1조5649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영업이익은 517억원에서 300억원으로 40% 넘게 급감했다. 반면 순손실은 840억원에서 167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랜드그룹의 마곡 글로벌 R&D센터 전경 <사진=이랜드그룹>
이랜드그룹의 마곡 글로벌 R&D센터 전경 <사진=이랜드그룹>

결국,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을 기존에 BBB+에서 BBB로 낮춰 잡으며 “실적 부진과 계열사 지원으로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랜드는 지난해에도 기존에 단행했던 지배구조를 원상복구 시킨 바 있다. 지난 2022년 11월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월드로부터 이랜드건설 지분을 1066만3000주 취득해 지분율을 17.4%에서 50.20%로 늘리며 최대주주가 됐다. 반대로 이랜드월드의 이랜드건설 지분율은 82.6%에서 49.8%로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이랜드건설 지분 10만8000주(0.33%)를 이랜드파크에 매각하면서, 이랜드건설은 이랜드리테일 자회사가 아니라 이랜드월드 자회사로 복귀하게 됐다.

이처럼, 이랜드의 ‘떼었다, 붙였다’ 하는 식의 지배구조 개편 실험은 그룹내 안팎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는 시간뿐만 아니라 많은 인적·물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룹 전체로 봐서도 많은 출혈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할 때 기업의 전략에는 정답이 없다. 필요에 따라 물적분할을 할 수 있고 다시 합병을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외부 환경의 변화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인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인지 보다 면밀히 판단해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이랜드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환경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전문성 강화와 외연확장 보다는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서 흡수합병을 결정한 것”이라며 “합병되는 두 회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이랜드리테일의 재무건전성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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