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급 대어 DN솔루션즈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상장철회
1분기 공모주 경쟁률 작년보다 30% 이상 ↓…증권사 IB 수익에 타격 예상
<자료=한국거래소>
상반기 기대를 모으던 유망 공모주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에 따라 주관사인 증권사들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일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대내외 금융 시장 환경 불확실성으로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임을 종합적으로 고려,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던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그룹 계열사라는 후광 효과 등으로 상반기 대어급 종목 중 하나로 꼽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DN솔루션즈가 IPO 철회 신고서를 당국에 제출했다.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DN솔루션즈는 공모가 기준 최대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 상반기 ‘최대어’였다.
DN솔루션즈도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대내외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철회 사유를 밝혔다.
이미 상장한 새내기 공모주들도 부진한 주가를 기록하며 투심이 꺾이고 있다. 올 들어 신규 상장한 26개 기업 중 42.3%에 달하는 11개 종목의 주가가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상’은커녕 본전도 못 건진 셈이다.

<사진=챗GPT>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5일 상장한 LG CNS는 당일 종가가 공모가(6만1900원) 대비 9.85% 하락한 5만5800원을 기록했다. 1월 24일 상장한 데이원컴퍼니는 상장 당일부터 공모가 대비 40% 하락한 7800원을 기록, 가격 제한폭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지난달 상장한 에이아이코리아는 상장일 개장 직후 20%대의 하락폭을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낮아졌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공모주 일반 청약 평균경쟁률은 708:1로, 전년 대비 31% 하락했다. ‘동학개미(국내주식 개인투자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1191:1) 대비해서는 40%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공모주들의 고평가 논란이 일어나면서 시장이 냉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가 수준도 전보다 낮아졌다. 1분기 기관 수요예측을 거친 23개 종목 중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에서 정해진 비중은 65%로, 전년 대비 17.9%포인트 낮았다. 게다가 상단을 초과한 종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다만, 이는 시장 냉각의 여파뿐 아니라 당국의 IPO 건전성 제고 방안으로 단기성 차익 추구 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보완된 제도의 영향도 일부 있다는 해석이다.
IPO시장의 침체는 주관사인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침체 장기화로 증권사들이 주식발행(ECM) 등 전통 기업금융(IB) 부문 강화에 나선 만큼 IB 부문 수익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 및 주선수수료 수익’을 공시한 증권사들의 총 수익은 9522억원으로, 전년 동기(8858억원) 대비 무려 107.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대형사의 경우 KB증권 1270억원, 한국투자증권 1023억원, 신한투자증권 814억원 등 고수익을 내며 리테일 부문과 함께 수익을 견인하는 주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올 초에도 증권사들은 IPO 주관을 비롯한 전통 IB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지난해 인수·주선수수료 수익 업계 1위를 기록한 KB증권은 올 초 ECM부문을 IB1그룹 내 채권발행시장(DCM)과 통합 편제하고, 양 파트 간 시너지를 도모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신임 IPO 부문 수장을 각각 선임하며 쇄신에 나섰다. 대형사 중에서는 그간 ECM 부문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메리츠증권, 키움증권도 해당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팀을 신설하는 등의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 침체로 인해 대어급 종목들이 빠져나가면서 IPO 시장에 대한 기대치도 전년 대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IPO 시장은 중소형주 위주로 상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유한양행 자회사인 면역항암제 기업 이뮨온시아는 오는 19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예상 시가총액은 약 2628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에스테틱 기업 바이오비쥬는 이달 8~9일 일반 청약과 20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1369억원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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