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국 젠지세대가 푹 빠졌다…성수동 착륙한 ‘작은 옷’ 매장 ‘브랜디 멜빌’

시간 입력 2025-01-13 17:45:00 시간 수정 2025-01-13 17: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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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함 증명 브랜드’…XS·S ‘원사이즈 판매 정책’ 고수
마른 체형 여성들 “일상복 선택지가 늘어서 좋다” 환영
체감 가격은 ‘미국 브랜드 치고 저렴’vs‘재질 대비 비싸’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들어선 ‘브랜디 멜빌’ 매장에 옷이 진열된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최근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의류브랜드 ‘브랜디 멜빌(Brandy Melville)’ 매장이 연일 화제다. 국내 첫 매장인데다가 XS·S 크기의 작은 옷들만 판매하는 ‘원사이즈 정책’, 여기에 ‘환불 불가’라는 불친절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낮 12시께 방문한 성동구 성수동 브랜디 멜빌은 영하 7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도 매장을 찾은 많은 방문객들로 붐볐다.

브랜디 멜빌은 미국에서 ‘날씬함을 증명하는 브랜드’로, 10~20대 젠지여성(Gen-Z)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니, 로제 등 유명인들이 착용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기자가 방문한 날도 매장 안은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진열된 옷을 들춰보거나 마음에 드는 제품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방문객 안혜린(22세)씨는 “브랜디 멜빌 특유의 핀터레스트(이미지 공유 소셜미디어) 감성이 맘에 들어서 꼭 입어보고 싶었다”라며 “눈으로 봤을 땐 옷이 그다지 작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장을 방문한 두 명의 여성 고객이 브랜디 멜빌의 상의를 착용한 후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연지 기자>

평소 상의 85 사이즈를 착용하는 기자도 직접 브랜디 멜빌 옷을 입어 봤다. 신축성 없는 면 남방은 여유 없이 딱 맞았다. 식사를 배불리 하면 단추를 채우기 어렵겠다고 느꼈다. 체감상 상의 75에서 최대 85를 착용하는 여성까지만 입을 수 있는 크기다.

하의는 청바지 기준 S사이즈가 24~25인치, M사이즈가 26~28인치 정도였다. 디자인과 재질에 따라서 M, L 사이즈 정도 되는 것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브랜디 멜빌의 제품은 S 체형을 위한 옷들이 대부분이다.

이 점에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도 있다. 방문객 박모씨(20대)는 “평소에 44사이즈를 입어도 넉넉하게 남는 마른 체형인데, 여기 옷들은 예쁘게 맞는다”라며 “핏(Fit) 하게 입을 수 있는 일상복 선택지가 늘어서 좋다”고 말했다.

들어오자 마자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있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송모씨(20대)는 “(브랜디 멜빌의 옷들이) 초등학교 때나 입었을까 싶을 정도로 작아보인다”라며 “S만 판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작아도 너무 작다”고 설명했다.

오픈 직후에는 매장 직원들이 한국어 응대가 안돼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날은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있었다. 매장 측은 오픈 초기 한국어가 서투른 외국인 직원들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옷의 진열과 개킴의 상태도 양호했다. 다만 SPA브랜드 특성인 많은 재고의 의류를 관리하느라 직원들이 몹시 분주했다. 다른 의류 매장과 비교하면 세심한 서비스가 미흡했다.

브랜디 멜빌 매장에 옷이 진열된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피팅룸을 이용하고 나오던 한 소비자는 “목걸이나 명찰 같은 게 없어서 누가 직원이고 손님인지 구분인 안 가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라며 “안내가 없어 입어본 옷을 어디에 둬야하는 지 헷갈리더라”고 말했다.

체감 물가는 제각각이었다. 헤어밴드, 머리끈 등의 액세사리는 주로 3~8달러(4000원~1만원 대)에, 의류는 30~40달러(4만~5만원 대)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 김모씨(25세)는 “기본 긴팔티 두장에 7만5000원 정도 냈다”라며 “대부분의 티셔츠들이 목 늘어남 방지 처리도 안돼 있던데 품질에 비해 비싼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비자 김모씨(19세)는 “미국 유명 브랜드치고는 비싸지 않은 것 같다”라며 “이곳 성수 거리에 있는 브랜드 옷들과 비교하면 저렴하다”고 밝혔다.

한편, 브랜디 멜빌은 1980년대 초 이탈리아의 실비오 마산이 그의 아들과 10대 여성을 타깃으로 만든 브랜드다. 2009년 LA 웨스트우드 지역에 매장을 열면서 처음 미국에 진출한 이후 현재는 영국, 싱가포르, 중국, 홍콩 등 전세계에서 1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통은 프란체스코몬토나티 대표가 운영하는 에스제이씨코리아에서 맡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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