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악재 겹친 은행권, 분쟁 급증…1년 새 859건↑

시간 입력 2024-04-09 17:15:03 시간 수정 2024-04-09 17: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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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SL판매 여파
지난해 4분기부터 소송 제기 대폭 늘어
은행 자율배상 발표에도 불만 여전

지난해 은행권 분쟁조정 신청이 실제 소송 제기로 이어진 건수가 세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불거지면서 분쟁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맞춰 자율배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배상 비율을 둘러싼 일부 투자자들의 반발이 여전히 거센 만큼,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9개 은행의 ‘금감원 분쟁조정 중 소 제기’ 건수(중·반복 제외)는 지난해 기준 133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473건 대비 859건(181.6%)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3분기까지 305건에 불과하던 소 제기는 4분기에만 1027건 발생했다. 통상 은행권 민원은 4분기에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분쟁조정에서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4분기 들어 소 제기가 늘어난 배경으로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꼽힌다. 지난해 홍콩 H지수가 반 토막 난 이후 반등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불거졌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SL 규모는 약 10조원 수준으로, 그 손실률은 5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은행별 소 제기 현황에서도 ELS 사태 여파를 확인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소 제기 건수는 전년보다 457건 증가한 514건으로 19개 은행 중 가장 많았다.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 규모는 4조7726억원으로 판매 은행 중 가장 컸다.

NH농협은행(397건, 315건↑)과 신한은행(199건, 132건↑), SC제일은행(57건, 46건↑), 하나은행(42건, 8건↑) 등도 소 제기 건수 상위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ELS 만기 규모를 기록했다.

3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LS 판매 은행들은 지난달 11일 금감원이 내놓은 홍콩 H지수 ELS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투자자들에 대한 자율배상을 진행 중이다. 몇몇 은행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회 신설, 배상 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일부 투자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고려해 KB스타뱅킹 앱을 이용한 비대면 자율조정 진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고객 불편 최소화 및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실천해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의 자율배상에도 올해 소 제기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과거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같이 분쟁조정기준안의 배상 비율을 수용하지 않고 소송을 진행한 투자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H지수 ELS 피해자 모임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기준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장외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손실액에 대한 100% 배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중이다.

홍콩 H지수 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단 한 번도 금융감독원과 홍콩 지수 ELS 피해 배상에 관한 소통 과정을 논한 적이 없다”며 “은행의 불법으로 인한 판매로 검사가 이루어진 만큼 원금의 보장은 물론이고 손실에 대한 전액 배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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