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갈등’, 삼성전자 정말 첫 파업가나…3차 중재도 ‘불발’, 18일 마지막 ‘담판 ’

시간 입력 2024-03-15 07:00:00 시간 수정 2024-03-15 08: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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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사, 세 차례 중재 회의 불구 서로 입장 차만 확인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전삼노, 합법적 쟁의권 확보
‘2만 조합원’ 전삼노 파업 시 생산 부문 타격 불가피
사측 요청 18일 마지막 대화…삼성 첫 파업 최대 분수령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삼성전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삼성전자>

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사간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에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9차례에 걸쳐 진행된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삼성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세 번째 조정회의에서도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결국 이날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14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제3차 조정회의를 벌였으나 이번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무려 8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삼성 노사는 긴 시간에 걸쳐 회의에 임했으나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실패했다.

세 차례에 걸친 조정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노사가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중노위는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전삼노는 합법적으로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전삼노 관계자는 “중노위 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조정이 중지됐다”며 “이로써 전삼노는 법적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삼노는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이달 18일부터 진행키로 했다.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이 가결되면 1969년 창사 이래 단 한번도 없었던 삼성전자의 파업이 현실화한다.

전삼노가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생산 부문에서 큰 타격이 우려된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725명으로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고용 규모인 12만4804명의 16.6%에 달한다.

삼성은 전삼노의 파업 리스크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삼노 관계자는 이날 조정회의 후 진행한 유튜브에서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0%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전삼노에 가입했다”며 “이에 사측도 (전삼노를) 쉬이 보지 못하는 눈치였다”고 밝혔다.

이미 전삼노는 파업에 앞서 단체 행동을 위한 트럭 2대도 구매했다. 큰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에 음향 시스템도 설치했다. 트럭의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파업 때 노조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 사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LG엔솔노조)이 LG엔솔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 앞에서 벌이고 있는 트럭 시위와 같이 시위용 트럭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2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근로 조건 및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2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근로 조건 및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들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반도체 한파로 ‘0(제로)’의 성과급을 받아든 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직원들에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OPI는 사업 부문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1년에 한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이다. 목표달성장려금(TAI)과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꼽힌다.

DS 부문은 그동안 거의 매년 연봉의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지난해 초에도 최대치인 연봉의 50%를 OPI로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덮친 반도체 한파로  올해에는 성과급 봉투가 사라졌다.

이런 와중에 사측이 전삼노가 요구하는 8.1%의 임금 인상률에 턱 없이 모자란 2.8%를 제시하면서 노사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측 일각에선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삼노 조합원들은 “쟁의 갈 준비 언제든 돼 있다”, “단체 행동 가야 한다”, “집단 행동을 통해 전삼노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면서 사측을 연일 성토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입장에선 성과급은 물론 임금 인상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의 주축인 삼성전자가 전 세계를 휩쓴 반도체 한파로 인해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은 258조9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2년 302조2300억원 대비 14.33%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익은 6조5700억원으로, 2022년 43조3800억원 대비 84.86%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특히 DS 부문은 지난해 모든 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 반도체 부문 누적 적자는 14조88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처럼 노사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중재까지 최종 결렬된 상황이지만, 노사 양측 모두 파국은 막아 보자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전삼노는 파업 준비와 별개로 사측과 한번 더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사측의 요청에 따라 18일 마지막 대화를 진행한다”며 “대화 결과에 따라 임금 협상 교섭이 체결될 가능성도 열어둔 상황이다”고 했다.

그러나 노사 양측이 서로 한 발씩  물러서지 않을 경우, 쟁의 돌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삼노 관계자는 “사측과의 대화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지체 없이 전국 사업장 투어를 시작하겠다”고 못 박았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자칫 반도체 생산라인 중단이라는 사태까지 빚어질 경우, 이를 재가동하기까지 수주의 시일이 소요되는 데다 내부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 전 공정을 다시 수행하는 데 따른 비용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앞서 지난 2022년에도 임금 협상 교섭 당시 갈등을 빚던 끝에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같은 해 8월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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