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사 이후 첫 파업 돌입하나…중노위 2차 회의 노사 담판 ‘촉각’

시간 입력 2024-03-06 17:39:43 시간 수정 2024-03-06 17: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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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조정회의서 서로 입장 차만 확인
전삼노, 조정 중지 시 합법적 쟁의권 확보 가능
7일 2차 회의 예정…노사 합의점 도출 여부 촉각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올해 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에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9차례에 걸쳐 진행된 교섭이 끝내 결렬된 상황에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제1차 조정회의에서도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2차 회의만 남기게 됐다. 7일로 예정된 2차 회의에서도 노사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는 결국 조합원들의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쟁의에 돌입하게 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하루 전인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노위에서 제1차 조정회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중노위 조정회의는 전삼노의 노동 쟁의 조정 신청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전삼노는 ‘제6차 임금 협상 교섭’ 이후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에 노동 쟁의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조정 신청은 노사 간 임금·근로 시간·복지·해고·기타 대우 등 근로 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제3자인 노동위원회가 조속히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통상적으로 중노위는 조정 신청을 받으면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꾸려 중재를 시도한다. 노사 양측의 주장을 듣고 관련 사실을 조사한 후 본조정을 개최해 조정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가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된다. 그러나 한쪽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조는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얻게 된다.

다만 중노위가 협의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 행정 지도로 사건을 처리해 추가 교섭을 진행할 수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 인상률을 놓고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7차 임금 협상 교섭에서 2.8%의 임금 기본 인상률을 제시했다. 이는 제5차 교섭에서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률 2.5%에서 소폭 개선된 것이다.

또 삼성은 장기 근속 휴가 확대, 배우자 종합 검진, 난임 휴가 확대 등도 제시안에 담았다. 그러나 전삼노는 “사측은 여전히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며 “임금 협상에 대해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임금 인상률 8.1%를 고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 노사는 중노위 제1차 조정회의에서도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2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근로 조건 및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약 중노위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전삼노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1969년 삼성 창사 이래 단 한번도 없었던 파업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전삼노가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생산 부문에서 큰 타격이 우려된다. 전삼노 조합원 수가 1만9105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고용 규모인 12만877명의 15.8%에 달하는 숫자다.

전삼노는 이미 파업에 앞서 단체 행동을 위한 트럭 구매를 진행 중이다. 큰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 구입을 완료한 후 음향 시스템도 설치할 예정이다. 트럭의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파업 때 노조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 사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LG엔솔노조)이 LG엔솔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 앞에서 벌이고 있는 트럭 시위와 같이 시위용 트럭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노사 간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조측이 파업 카드까지 고려하고 나선 것은 반도체 한파로 ‘0(제로)’ 성과급을 받아든 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직원들에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OPI는 사업 부문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1년에 한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이다. 목표달성장려금(TAI)과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꼽힌다.

DS 부문은 그동안 거의 매년 연봉의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아 왔다. 지난해 초에도 최대치인 연봉의 50%를 OPI로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덮친 반도체 한파로 이번에는 성과급 봉투가 사라졌다.

DS 부문은 지난해 모든 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 반도체 부문 누적 적자 규모는 14조88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일각에선 삼성 파업이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내놓는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중단될 경우 재가동하기까지 수주의 시일이 소요되고 내부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피해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 전 공정을 다시 수행하는 데 따른 비용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앞서 지난 2022년에도 임금 협상 교섭 당시 갈등을 빚던 끝에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같은해 8월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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