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최근 15달러대로 상승…올해 들어 강세 지속
여행 수요 중심으로 항공유 소비 증가…정유사 실적 회복 시동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정유 업계가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최근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여행 수요 회복에 따른 항공유 소비 증가가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2월 셋째 주 배럴당 12.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손익분기점을 3배 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올해 1월 첫째 주 11.9달러로 시작해 꾸준히 10달러대를 상회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월 둘째 주 싱가포르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15.0달러까지 치솟았다. 정제마진 상승은 글로벌 정유사들의 공급 차질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한파 이후 미국 정유사들의 가동률이 80% 초반 수준으로 하락했고, 춘절 영향으로 중국 정제설비 가동률도 낮게 유지되고 있다”며 “유가와 정제마진 강세는 올해 1분기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제마진 상승세에 따라 정유 업계의 실적 회복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악화와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난해 정제마진은 1분기 평균 7.7달러에서 2분기 0.9달러대로 급락했다. 3분기 유가 상승에 힘입어 7.5달러로 반등했지만 4분기 4.1달러로 다시 떨어지며 손익분기점을 횡보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도 전년(14조918억원) 대비 60.8% 급락한 5조623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올 1분기부터는 정유업체들의 실적 반등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추산한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459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726억원)과 비교하면 533.5%나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도 4676억원으로 전 분기(76억원)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정제마진 개선과 함께 여행 수요 회복으로 인한 항공유 소비 증가도 정유 업계의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 세계 항공사의 여객 운송이 47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최대 기록 45억명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항공유 소비량은 331만5000배럴로 코로나19 팬데믹 본격화 직전인 2020년 1월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앞서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석유사업은 연준의 고금리 기조 지속 및 수요 위축에 따른 우려가 있으나, 지정학적 불안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OPEC의 추가 감산 대응 가능성, 중국의 부양책 및 춘절 연휴에 따른 이동수요 개선 등으로 정제마진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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