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이재용·조주완 만났다…미래 먹거리 AI·XR '협력'

시간 입력 2024-02-29 07:00:00 시간 수정 2024-02-29 06:10:50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저커버그 방한, 권봉석·조주완 등과 오찬 회동
XR 신사업 전략·차세대 기기 개발 방안 등 논의
이재용 회장과는 승지원서 만찬…AI 반도체 협력 모색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와 메타 간 회의에 참석한 조주완 LG전자 CEO(맨 왼쪽부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주)LG COO. <사진=LG전자>

‘페이스북 신화’를 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가 10년여 만에 방한했다. 저커버그는 LG전자 경영진과 만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XR(확장 현실)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메타와 XR 동맹을 맺게 된 LG는 양사 간 전략적 협업을 본격화해 글로벌 XR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도 AI(인공지능) 반도체와 관련해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메타와 동맹 관계를 강화하며 AI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 CEO는 28일 정오께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했다. 하루 전인 27일 오후 늦게 입국한 저커버그 CEO의 첫 방한 일정이다.

이날 저커버그 CEO는 권봉석 ㈜LG COO(최고운영책임자), 조주완 LG전자 CEO 사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 사장 등 LG 경영진들과 만났다.

저커버그와 LG 경영진 간 회동의 화두는 XR 사업이었다. XR 기기는 모바일 스크린의 한계를 뛰어 넘는 몰입감과 직관성을 갖춰 다수의 전문가들로부터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퍼스널 디바이스로 평가된다. 개인이 직접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라는 점에서 고객 접점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양사 경영진들은 오찬을 함께 하며 XR 신사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양사의 차세대 XR 기기 개발과 관련된 사업 전략부터 구체적 사안에 이르기까지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조 사장은 메타가 선보인 다양한 선행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메타의 MR(혼합 현실) 헤드셋 ‘퀘스트3’와 스마트 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직접 착용해 보기도 했다.

조 사장의 XR 사업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HE사업본부 산하에 XR 사업 담당을 신설하고, XR 제품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와 관련해 조 사장은 “XR 사업의 영역에서 차세대 퍼스널 디바이스 기회를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 사장이 메타의 XR 기기에 높은 관심을 드러낸 것은 XR 사업 추진에 있어 디바이스뿐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을 균형 있게 갖출 필요성이 높다는 판단때문이다.

메타는 XR 기기 시장의 선두 주자로 일컬어진다. 2014년 XR 기기 시장에 진출한 메타는 지난해 말 최신 MR 헤드셋 퀘스트3를 출시했다. 메타는 퀘스트3를 앞세워 최근 ‘비전 프로’를 출시한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퀘스트3는 하드웨어와 콘텐츠 측면에서 다소 미완성이란 평가를 받고 있어 후발 주자인 비전 프로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진=연합뉴스>

이에 LG와 메타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XR 동맹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TV 사업을 통해 축적한 콘텐츠·서비스 및 플랫폼 역량과 메타의 플랫폼·생태계가 결합되면 XR 신사업에서 차별화된 통합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메타와의 협력은 LG전자가 자체 추진 중인 차세대 XR 기기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메타의 다양한 핵심 요소 기술과 LG전자의 제품·품질 역량이 결합되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LG만의 XR 기기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울러 양사는 메타의 LLM(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AI(인공지능)와 온디바이스(On-Device) AI 관점에서 양사 시너지 창출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얘기를 나눴다.

조 사장은 이날 2시간 가까이 저커버그 CEO와 회동한 후 취재진들과 만나 “그동안 협업해 온 MR 기기, 메타의 LLM ‘라마3’를 어떻게 AI 디바이스에서 잘 구현할 수 있을지 등 2가지 주제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사장은 “VR(가상 현실)에 미디어 콘텐츠를 어떻게 넣어서 구현할지 대화를 나눴다”며 “LG 스마트 TV 플랫폼 webOS가 될지 다른 방법이 될지 모르겠지만 콘텐츠 파트너십 분야에서 잘 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오후 LG트윈타워를 떠나 서울 강남구 센터필드에 있는 메타코리아로 이동했다. 이 곳에서 국내 AI·XR 스타트업 대표, 개발자 등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그는 스타트업 대표, 개발자와의 면담과 관련한 취재진들의 질문에 “미안하지만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고 답한 채 귀빈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메타코리아로 향했다.

개발자 출신인 저커버그 CEO는 AI·XR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만나 국내 시장 생태계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또 VR 기능에 MR 기능이 더해진 메타 퀘스트3의 기술 고도화를 위한 콘텐츠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완 LG전자 CEO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회동도 성사됐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서 저커버그와 만찬을 나눴다. 승지원은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故) 이건희 회장이 국내외 주요 외부 손님을 맞은 뜻깊은 장소다.

그간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들은 저커버그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쌓아 왔다. 앞서 저커버그는 2014년 10월 방한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삼성전자의 수원캠퍼스와 화성캠퍼스를 잇따라 방문했다. 2013년 6월 1박 2일 간 일정으로 방한했을 때에는 7시간에 걸쳐 면담하기도 했다.

또한 2022년 10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 사장을 만나 XR과 VR 기기 개발·제작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메타와 삼성 간 만남에서는 차세대 LLM 라마3 구동에 필요한 AI 반도체와 관련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메타는 인간 지능에 가깝거나 이를 능가하는 AGI(범용인공지능)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AI 기술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에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100’ 35만개 등 연내 총 60만개의 H100급 AI 칩을 확보한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자체 AI 반도체 개발 의지도 드러냈다. 메타는 지난해 5월 ‘MTIA’라는 자체 칩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2세대 칩을 연내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타의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삼성전자가 거론되고 있다. 삼성은 세계 2위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선단 공정에서 상당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GAA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은 내년부터 더욱 미세한 2nm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산을 시작해 2026년 HPC 공정에 적용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이를 차량용 반도체로 확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AI 서비스 구현에 필수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도 삼성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24Gb D램 칩을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H를 구현했다.

삼성의 HBM3E 12H는 AI 서비스 고도화로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는 최근 추세 속에서 최고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당 제품을 활용할 경우 GPU(그래픽처리장치) 사용량이 줄어 총 소유 비용(TCO)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일례로 서버 시스템에 HBM3E 12H를 적용하면 HBM3 8H를 탑재할 때보다 AI 학습 훈련 속도를 평균 34%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론의 경우에는 최대 11.5배 많은 AI 사용자 서비스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개발한 HBM3E 12H의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당 제품은 올 상반기 중 양산될 예정이다.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장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사의 고용량 솔루션 니즈에 부합하는 혁신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 HBM 고단 적층을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등 고용량 HBM 시장을 선도하고 개척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회동을 마치고 승지원을 떠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와 HBM 사업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삼성과 메타의 AI 반도체 협업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와 삼성의 ‘AI 반도체 동맹’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메타라는 안정적인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게 되면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또한번 크게 도약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