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글로벌 경영으로 ‘서든데스’ 해법 찾는다…“AI·반도체·배터리 돌파구 모색”

시간 입력 2024-02-13 17:00:00 시간 수정 2024-02-13 1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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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독일 방문…자동차·전장 분야서 비즈니스 기회 발굴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도 참석…디지털 사업 논의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각국 종횡무진…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최태원, 글로벌 협력 통해 불확실성 극복 잰걸음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1월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HBM 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19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창구 역할을 맡은 독일 경제 사절단에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동행한다.

이번에 독일을 방문하는 최 회장과 사절단은 비즈니스 포럼 등 경제인 행사를 통해 참가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특히 독일이 강점을 갖고 있는 자동차와 전장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방독 일정을 마무리한 최 회장은 이달 26~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MWC에 참가하는 것이다.

전 세계 200여 개국, 2000개 이상 기업에서 8만5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올해 MWC에는 최 회장 외에도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 ICT 분야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 한다.

최 회장은 이번 MWC에서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인공지능), 디지털 기술 경쟁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고, SK ICT 분야 주요 경영진과 향후 디지털 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7월 SK텔레콤은 세계 유력 통신사들과 함께 각사 역량을 합쳐 공통의 AI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최 회장은 당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 참석해 적절한 시점에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로 한 바 있다.

아울러 AI 기술 경쟁이 예고된 MWC 행사에서 SK 임직원과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에도 힘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 회장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높여 왔다. 지정학적 위기 등 산적한 난관을 타개하고, 비상 경영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해 10월 SK그룹 연례 행사인 ‘2023 SK CEO 세미나’를 파리에서 개최했다. SK가 CEO 세미나를 해외에서 연 것은 2009년 중국 베이징 개최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최 회장은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Sudden Death, 돌연사)’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서든 데스를 7년 여 만에 다시 화두로 던진 것이다.

최 회장은 우리 경제와 기업이 직면한 주요 환경 변화로 △미국·중국 간 주도권 경쟁 심화 등 지정학적 이슈 △AI 등 신기술 생성 가속화 △양적완화 기조 변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대 △개인의 경력 관리를 중시하는 문화 확산 등을 꼽았다.

이러한 경영 위기 속에서 SK그룹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전략과 통합·연계된 사회적 가치(SV) 전략 수립 및 실행 △미국·중국 등 경제 블록별 조직화 △에너지·AI·환경 관점의 솔루션 패키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3’에도 참석했다. 도쿄포럼은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2019년부터 열고 있는 국제 학술대회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제 질서와 과학 기술 혁신, 환경 등 다양한 위기와 기회 요인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포럼 첫날 최 회장은 ‘사회 분열과 디지털 전환 속 인간성 함양’을 주제로 개막 연설에 나섰다. 그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국경을 넘은 협력과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세계화의 혜택을 본 한국과 일본 모두 임박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한·일 양국은 여전히 강한 경제권이지만 스스로 생존할 만큼 크지는 않다”며 “지정학적 분열과 약화하는 성장 동력의 폭풍을 홀로 이겨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한·일 경제 연합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한·일 양국은 민주주의와 법치, 시장 경제 등의 원칙을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나라다”면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신재생에너지 등의 산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합작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 칩 제조, 스타트업 플랫폼 등 새로 시작할 잠재 영역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지난해 12월 4일엔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가했다. TPD는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 안보 협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이다.

TPD에서는 △한·미·일 3자 협력 △미·중 전략 경쟁과 대만 문제 △과학 혁신의 지정학적 영향과 글로벌 공급망의 미래 △북핵 위기 △지정학적 전환점: 우크라이나, 중동, 그리고 아시아 등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증대와 관련된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또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8~9일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새너제이 소재 SK하이닉스 미주법인과 가우스랩스, 루나에너지 등 계열사·투자사 3곳을 잇따라 방문해 현장 경영을 펼쳤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미국 현장 경영은 현지 계열사와 투자사들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점검해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올 초에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방문해 글로벌 AI 트렌드를 살폈다.

최 회장이 쉼 없이 글로벌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눈앞에 닥친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새해 첫 날 SK그룹 전체 구성원에게 이메일로 보낸 신년사에서 “새해에도 우리의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에 최 회장은 올해 글로벌 협력 강화를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최 회장은 “급변하는 지정학 환경 속에서도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은 국력과 크기에 상관없이 에너지와 기후 위기, 디지털, 질병, 빈곤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해결책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우리에게 더 큰 신뢰를 보낼 것이며, 지속 성장하는 공존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SK그룹은 그린에너지, AI·디지털, 바이오 등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며 “우리의 장점과 역량을 결집하고 외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간다면 이해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탄탄히 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 AI 등 그룹 핵심 사업 현장을 직접 챙기며 ‘글로벌 스토리’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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