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오픈AI CEO, 삼성·SK 만났다…“‘AI 칩 동맹’ 이어질까”

시간 입력 2024-01-29 07:00:00 시간 수정 2024-01-29 01: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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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CEO,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경계현 사장 등 반도체 경영진과 회의
최태원 SK 회장·곽노정 사장과도 회동
오픈AI, AI 칩 직접 생산…파운드리·HBM 협력 모색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연합뉴스>

‘챗GPT’로 AI(인공지능) 시대를 촉발시킨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가 한국을 찾았다. 올트먼 CEO는 짧은 방한 기간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고 경영진을 잇따라 만나며 네트워크 다지기에 나섰다.

특히 최근 오픈AI가 자체 AI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시점과 맞물려 이번 방문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AI 칩 구동을 위해선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적용이 필수적인데, 오픈AI가 AI칩 시장 진입에 앞서 삼성·SK와 AI 협업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25일 한국에 입국해 1박2일 일정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은 지난해 6월 방한 이후 7개월 만에 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올트먼의 첫 행선지는 삼성 반도체공장이었다. 26일 오전 9시께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을 찾은 올트먼 CEO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둘러봤다. 평택캠퍼스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관련 시설을 모두 갖춘 사업장으로, 지금까지 100조원 이상 투자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 단지다.

그는 생산라인을 둘러본 후엔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들과 미팅을 가졌다. 이날 미팅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사장을 비롯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등이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간의 이목이 쏠렸던 올트먼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간 만남은 아쉽게도 불발됐다. 이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선고를 앞두고 대내외 행보를 자제하고 있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회동인 탓에 양사 경영진 간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오픈AI가 설계한 AI 칩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공급 방안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HBM 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

올트먼 CEO는 이날 정오가 지나 평택사업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같은날 오후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만나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SK와의 회동 역시 비공개로 진행됐다. 업계에선 양사 경영진이 HBM 관련 협력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트먼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직접 만났다. 그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최 회장과 미팅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AI 서비스 공동 개발 등 여러 제안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을 앞둔 올트먼 CEO의 마지막 일정은 삼성이었다. 이달 26일 저녁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은 올트먼 CEO는 경 사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과 다시 만나 만찬을 가졌다. 이날 오전 반도체공장을 둘러본 데 이어 오후에도 삼성 사옥을 방문하는 등 하루에 두번이나 삼성전자와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것이다.

올트먼 CEO가 1박 2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삼성·SK 등 국내 반도체 경영진과 잇따라 미팅을 가지면서, 오픈AI와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의 사업 협력이 본격화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오픈AI가 최근 자체적으로 AI칩 시장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K-반도체 진영과 회동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오픈AI 입장에선 자체 AI 칩을 양산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오픈AI가 선보인 AI플랫폼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직접 AI 칩을 내놓은 경우, 단숨에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픈AI는 지난해 말 출시한 거대언어모델(LLM) ‘GPT-4 터보’의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인데다 차세대 모델인 ‘GPT-5’ 출시를 앞두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을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픈AI의 AI 칩 시장진입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엔비디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80~90%가량으로, AI 칩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부족해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도 만만찮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100’은 당초 4만달러(약 5350만원)에 판매됐지만 최근 극심한 칩 부족으로 암시장에서 두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구글, 아마존, MS(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역시 최근 AI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올트먼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대만 TSMC를 포함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AI 기업인 G42,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암(ARM)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등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트먼 CEO는 이들 기업과의 만남에서 AI 반도체 양산을 위한 파트너십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올트만 CEO는 방한 기간 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모색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SK가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인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HBM 시장은 삼성·SK 두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각각 47~49%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들 두 업체는 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HBM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건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 능력을 지난해 대비 2.5배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은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HBM3와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다”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향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HBM3E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20일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McEnery Convention Center)에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Samsung Memory Tech Day) 2023’을 열고, AI 기술 혁신을 이끌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Shinebolt)’를 공개한 바 있다.

세계 최고 성능의 D램인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HBM3E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이미 최첨단 HBM 고객사도 확보해 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성능 검증 절차를 위한 샘플을 공급했다.

이안 벅 엔비디아 하이퍼스케일·HPC 담당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최선단 가속 컴퓨팅 솔루션즈용 HBM을 위해 SK하이닉스와 오랜 기간 협력을 지속해 왔다”며 “앞으로도 차세대 AI 컴퓨팅을 선보이고자 HBM3E 분야에서 양사 간 협업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적극 매진해 전 세계 HBM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SK는 HBM4가 2026년께부터 시장 지배적 제품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맞춰 개발·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HBM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삼성·SK는 자체 AI 반도체 생산을 추진 중인 오픈AI에게 매력적인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 이에 오픈AI와 K-반도체의 ‘AI 반도체 동맹’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픈AI가 신규 공장을 건설해 AI 칩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지난 24일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올트먼이 미국 의회와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 방안과 부지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소식통을 인옹해 “오픈AI는 새로운 공장을 짓는 방안과 기존 반도체 제조 업체와 협업하는 방안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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