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법 지원금 인텔에 몰아주나…삼성·SK, 혜택 줄어드나 ‘전전긍긍’

시간 입력 2023-11-09 07:00:00 시간 수정 2023-11-09 18: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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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텔 공장에 군사용 반도체 생산 시설 마련 검토
자국 내 공급망 강화 목표…최대 40억달러 자금 투입
재원은 반도체법 보조금서 조달…인텔 지원 편중 우려
삼성·SK, 대규모 투자하고 혜택 못 미칠까 우려

미국 인텔 본사. <사진=인텔>
미국 인텔 본사. <사진=인텔>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미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미행정부가 자국내 기업인 인텔에 사실상 보조금을 몰아 주면서, 정작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진영은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지원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군사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인텔에 수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인텔이 미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새 공장에 군사용 반도체 생산 시설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며 “이를 위한 지원 규모는 30억~40억달러(약 3조9189억~5조225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인텔과 손잡고 군사용 반도체 생산 확대에 나선 데에는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첨단 반도체는 최근 전 세계적인 화두로 급부상한 AI(인공지능)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전쟁 등 각종 군사 행위나 정보전을 치를 때에도 첨단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트기나 미사일, 그 외에 첨단 무기에도 다량으로 탑재된다.

그러나 미국은 첨단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 있어 대만 TSMC에 크게 의존해 왔다. 문제는 TSMC가 중국 리스크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첨단 반도체와 관련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 반도체공장에 보안 시설을 마련하고, 군사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란 평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현재 미 상무부와 국방부, 국가정보국(DNI)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인텔 측과 논의 중으로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WSJ는 “반도체가 지정학적인 힘이나 군사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목표 아래 민간 산업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했다”며 “다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원 규모에 대해 확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당국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인텔에 지원하는 재원규모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WSJ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527억달러(약 68조9790억원)에서 군사용 반도체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발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 현지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반도체 업체들에게 향후 5년 간 527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한 바 있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은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미국 내 반도체공장 설립 지원에 390억달러(약 51조1095억원), 연구개발(R&D)·인력 육성 지원에 132억달러(약 17조2986억원) 등이다.

당장 군사용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인텔에 지원되는 자금은 390억달러에서 조달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반도체공장 설립 보조금 전체의 10%에 달하는 자금이 인텔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인텔은 미국 현지에만 4개의 새로운 팹을 건설하고 있다. 미 애리조나주에 두 곳, 오하이오주 두 곳에 들어서는 반도체공장에서는 인텔 20A(2나노), 인텔 18A(1.8나노) 등 첨단 반도체가 양산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인텔은 군사용 반도체 생산 설비 구축에 따른 지원금 외에도 대규모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인텔이 미 반도체 지원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타 반도체 업체들은 이처럼 인텔에 막대한 보조금이 지원되는 현 상황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 행정부가 자국내 기업인 인텔에 자금을 몰아줄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반도체 기업에 지원할 자금이 부족해 지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지원법을 겨냥해 미 당국에 지원을 요청한 업체들은 130여 곳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텔이 보조금을 휩쓸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칫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도 제대로 된 지원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미국에 대규모 공장증설 계획을 발표한 삼성·SK 역시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에 향후 20년 동안 25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공장 11곳을 짓기로 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은 2019년 4월 당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300억달러(약 39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SK는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만 150억달러(약 19조6500억원)를 쏟아 붓는다는 구상이다.

이렇듯 삼성, SK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이 인텔에 편중될 경우,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하회하는 보조금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몇몇 반도체 기업들은 아예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이같은 우려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미국 상원의원 3명은 지난달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인텔 지원 계획과 관련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이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이들 의원은 “한 회사에 보안 시설 마련을 이유로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면서 “이는 반도체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이 제한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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