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초토화’ KT, 빈껍데기 주총…“비전문가, 낙하산 인사 차단책 내놔라”

시간 입력 2023-03-31 17:23:00 시간 수정 2023-03-31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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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직전 사외이사 후보 3인 사퇴…남은 이사 달랑 1명
‘뉴 거버넌스 TF’ 구성 후 사외이사·대표이사 선임 추진
빨라야 9월 대표 선임…근 1년여 동안 리더십 부재

31일 오전 KT 주주들이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KT가 차기 대표 후보의 잇따른 사퇴로 경영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이사진들이 줄줄이 하차하면서 큰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 정기 주주총회 당일 오전 재선임에 도전한 사외이사 후보 3인이 동반 사퇴하면서 사실상 이사회가 마비된 상황이다. KT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경영 정상화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올 상반기 내내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31일 KT는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초 8개 안건이 상정됐지만,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후보들의 연이은 사퇴로 인해 이 중 4건이 자동 폐기됐다. 이날 주총은 △제41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을 승인하며 약 40분 만에 종료됐다.

이날 주총장에서 소액주주들은 차기 대표 후보자 및 사외이사진의 줄사퇴와 경영 공백에 대해 성토했다. 이날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 운영자는 구현모·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사퇴를 두고 "회사 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정확하고 당당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비전문가 정치인 등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해 KB국민은행의 선례를 참고해 정관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해서도 주식 맞교환을 한 관계면서 KT 비상상태에 대해 언론플레이한 것에 분노한다며 이에 대한 안전장치도 요구했다. ‘KT주주모임’은 1800명 이상의 개인주주들이 이번 KT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결집한 모임이다.

<출처=연합뉴스>

차기 대표 인선이 불발로 그치면서,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있다. 먼저, 초토화된 이사진을 서둘러 재구성해야 한다. 이날 오전 KT 이사회 의장인 강충구 고려대 교수를 비롯해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가 사외이사 후보 사퇴를 결정하면서, 현재 KT 이사진은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사외이사 1명이 전부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왔고, 그 다음날인 28일 열린 KT 이사회에서는 구현모 대표와 김대유, 유희열 사외이사가 자진사임한 바 있다.

KT 측은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를 당분간 대행 자격으로 김 이사와 이사회를 꾸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법상 사외이사를 3인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기 위한 임시책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이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재선임 후보에서 스스로 내려온 만큼,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 <출처=KT>

KT는 비상경영체제를 갖추고 최대한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비상경영위원회 산하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통해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TF는 주주 추천 등을 받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할 계획이다. KT 이사회는 TF의 개선안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변경된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대표 선임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KT 측은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2차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한 사외이사 및 대표 선임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통상 KT 인사가 11월 말~12월 초 정도에 마무리된 것을 고려하면, 근 1년여 동안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는 셈이다.

박종욱 KT 대표 직무대행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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