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에 KT CEO ‘재공모’…국민연금 앞세워 또 ‘낙하산 인사’ 논란

시간 입력 2023-02-09 18:13:40 시간 수정 2023-02-09 18: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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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연임, 다시 원점으로…尹 정부 ‘낙하산 인사’ 수순
20일까지 후보 접수…다음달 7일 최종후보 확정 계획
사실상 공무원 조직 기금운용위가 ‘관치인사’ 조장 지적

정치 권력의 거센 압박에 KT가 결국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재선임 한다. 국민연금이 후보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연임 반대에 나섰던 만큼, 투명성을 강화해 다시 공개 경쟁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와 정치권이 KT 내부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차기 대표이사로 추천된 인물을 끌어 내리고, 관치인사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9일 KT 이사회는 공개 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공모를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 지배구조위원회는 공개 모집을 통해 사외 후보자군을 구성하기로 했다. 서류 접수는 이달 10일부터 20일 13시까지 진행한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말 현 CEO인 구현모 사장을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구 대표가 국민연금 등 주요 이해 관계자가 요청하는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부합하고자 재차 공개 경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KT 이사회는 공개 경쟁 방식의 대표 선임 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분야 등의 업계 전문가들로 인선자문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인선자문단은 정관상 대표 후보 요건을 고려하고 후보자들의 다양한 정보를 참고해 후보자 검증 및 압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이하 후보심사위)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선정한 대표 후보 심사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이사회 심사기준에 따라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주주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받아 심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다음달 7일 후보심사위가 결정한 대표 후보자들 중 1인을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KT 대표이사 후보 선임 절차. <출처=KT>
KT 대표이사 후보 선임 절차. <출처=KT>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CEO로 추천키로 했던 KT 이사회가 돌연 재공모로 전환키로 하면서, 현 정부가 ‘주인 없는 기업’의 CEO 선임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를 명분으로 소위 주인없는 기업에 대한 ‘관치’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은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KT 내부의 엄격한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차기 대표로 선정된 구 대표를 문제삼아, 연임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사실상 대놓고 관치인사를 조정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국민들로부터 기금운용을 위탁받은 최고의사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는 대부분이 정부 고위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다. 기금운영위원회 의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당연직위원 5인도 기획재정부 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이 대내외적으로는 스튜어드십 강화를 앞세우고 있지만, 이를 결정하는 기금운영위 구성 자체가 이렇듯 현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무원 조직이다 보니, 매번 관치인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KT가 CEO 재공모에 나서면서, 이미 현 정부와 연줄이 되는 인사들의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고진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제20대 국회의원으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성태 전 의원, 박근혜 정부시절 전 청와대 미래전략실장을 지낸 조신 연대 정보대학원 교수 등 전현직 인사들이 거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에 이어 KT CEO 자리까지 정부의 낙하산이 떨어질 위기”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누가봐도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인사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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