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무덤 된 작년 증시⋯메리츠증권, 업계유일 신규 입성

시간 입력 2023-02-03 07:00:02 시간 수정 2023-02-03 05: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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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證, 지난해 영업익 1.9조…전년比 15.1%↑
빛 발한 PF 노하우…채무보증 실질순잔액 감소
“올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방점…그룹 시너지↑”

지난해 금리 인상과 거래대금 감소 등 비우호적인 시장 상황이 계속되며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2021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입성했던 증권사들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년 사이 반토막 난 성적표를 받아들며 1조 클럽 입성에 줄줄이 낙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 악화 속에서도 메리츠증권은 이례적으로 1조 클럽 신규 입성에 성공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라 증권사들의 기업금융(IB) 실적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도 창사 이래 첫 1조 클럽에 입성한 데 주목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9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1% 증가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또한 8281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실적이자, 증권사 중 영업이익 1위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7년부터 6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실적 경신하며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 2021년 증권사들은 증시 호황에 힘입어 영업익 1조 클럽에 대거 입성했다. 2021년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1조4855억원) △한국투자증권(1조2940억원) △NH투자증권(1조2939억원) △삼성증권(1조3087억원) △키움증권(1조2089억원) 등 총 5곳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들어서는 시장금리 급등 및 증시 거래대금 감소에 따라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이 지속 악화됐다. 이에 따라 최근 2개년 동안 영업익 1조원을 넘겼던 미래에셋증권 또한 지난해 1조 클럽 수성에 낙방한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4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3.1% 줄어든 금액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또한 47.7% 쪼그라든 6194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2021년 영업익 1조원을 기록했던 증권사 중 지난해 1조 클럽 수성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영업이익 1조 클럽을 지킬 수 있는 증권사가 나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일까지 실적이 발표된 증권사 중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이미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9.7% 감소한 5214억원, 당기순이익은 67.5% 줄어든 3029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크게 낙하했다. 삼성증권 또한 전년 대비 55.8% 줄어든 5786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 수성에 실패했다.

부동산 시장 한파와 거래대금 감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역시 올해 1조 클럽 수성에 실패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지난 3분기까지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은 각각 5050억원, 5197억원 수준이다. 4분기 전망치를 합산하더라도 9057억원, 6807억원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이 줄줄이 1조 클럽 수성에 낙방한 가운데 메리츠증권만이 신규 입성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이는 그간 진행해 왔던 수익 다각화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시장 악화 속에서 빛을 발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기업금융(IB)과 금융수지, 자기자본 매매(Sales&Trading)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격하게 한파가 진행된 부동산 시장에서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양질의 투자로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노하우가 돋보였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한파가 본격화되기 전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위기를 피해갔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 실질순잔액은 지난 2021년 4분기 4조135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3조6761억원으로 8.41% 감소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부동산PF 사업을 통해 수익보다는 안정성 제고에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비교적 금리가 낮지만 안정성을 갖춘 선순위대출 위주로 선별해 자금을 대여하고, 부동산 대출의 95% 이상을 안전한 선순위 대출로 구성해 부동산PF 리스크 부담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대출을 은행 부동산 대출 평균 부동산담보비율(LTV) 60% 기준보다 안전한 LTV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50% 떨어져도 메리츠 증권은 원금 손실없이 대출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메리츠증권은 양호한 PF 사업건과 관련한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롯데건설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이 선순위로 9000억원, 롯데그룹이 6000억원을 출자해 1조5000억원을 조성한다. 롯데건설 보증부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등의 채권 매입을 위한 자금이다.

수익성 역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5조6919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연결기준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0%를 달성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4년부터 9년 연속 두 자릿수의 ROE를 유지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재무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순자본비율(NCR) 또한 지난해 말 기준 1684%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7%p 상승했다. 레버리지비율 또한 22%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모든 사업 부문에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차별화된 수익 창출 능력과 탁월한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준 한 해였다”며 “올해 역시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그룹 시너지 확대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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