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불황에도 글로벌 D램 1위 수성…‘초격차’ 전략으로 선두 지킨다

시간 입력 2022-10-18 08:53:24 시간 수정 2022-10-18 08: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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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 43.4%…낸드 시장도 ‘톱’
메모리 업황 악화 여파로 하반기부터 실적 부진 우려
5세대 10나노급 D램 등 초격차 위한 기술개발 투자 지속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다만 반도체 혹한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면서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삼성전자는 ‘초격차’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꾸준히 지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17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3.4%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점유율을 서서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41.9%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42.7%, 2분기 43.4% 등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경쟁 업체와의 점유율 차이도 상당하다. 글로벌 2위인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8.1%로,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간극은 15.3%p에 달한다. 미국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 23.6%와 비교하면 무려 19.8%p나 차이난다.

비단 D램 시장에서만 선두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올 2분기 33.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직전 분기인 1분기 35.5%보다는 2.2%p 하락했다.

업계는 비록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가 이어지겠지만, 당분간 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 봤다.

삼성그룹 사기.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당장 올 하반기부터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대만의 TSMC에 내줬다.

앞서 지난 13일 TSMC는 실적 발표를 통해 올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9% 늘어난 6131억4000만 대만달러(약 27조5177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103억2400만 대만달러(약 13조9273억원), 2808억7000만 대만달러(약 12조6054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1.5%, 79.7% 증가한 수치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실적은 TSMC에 못 미칠 것이란 게 증권 업계의 판단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매출 전망치는 23조502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TSMC와 비교해 4조원 가량 적은 규모다. 영업이익 전망치도 5조2490억원으로,  9조9770억원을 기록한 지난 2분기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미국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날로 거세지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TSMC에 역전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TSMC가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것은 서로 다른 사업부문의 시장상황 때문이다. TSMC는 고객사의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주문 후 생산하기 때문에 매출의 변동 폭이 크지 않다. 특히 5G 이동통신,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가 파운드리 시장의 빠른 성장을 견인하면서 TSMC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메모리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더 위축되고 있고, 이같은 흐름이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만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암울한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앞다퉈 감산에 나서고 있는 경쟁업체들과는 다른 행보다. 최근 일본의 키오시아는 웨이퍼 투입량을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물량 만큼 반도체를 적게 생산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마이크론도 “2023년 회계연도에 반도체 장비 투자를 5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감 등 대외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초격차를 통해 선두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에서 5세대 10나노(10억분의 1m)급 D램을 내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반도체 안의 회로 간격(선폭)을 10나노까지 좁히겠다는 것이다. 선폭이 좁을수록 반도체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소비 전력을 줄이면서도 속도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업계는 크게 호평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176단 7세대 V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 업체는 올해 200단 이상의 V낸드 기술을 공개하며 ‘적층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가 1000단까지 쌓을 수 있는 기술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경쟁사들의 추격을 크게 따돌리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조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은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하는 게 호황기에 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며 “시장의 업앤다운(up&down)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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