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RP형 CMA…고금리 좇아 ‘발행어음형’으로 간다

시간 입력 2022-09-07 07:00:12 시간 수정 2022-09-07 05: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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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 절반 차지하던 RP형 CMA…올 들어 잔액 ‘뚝’
발행어음형 CMA, 나홀로 오름세 시현
“증권사들, 향후 발행어음형 CMA 보수적으로 관리할 것”

올해 들어 CMA(종합자산관리계좌)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CMA 내 절반 점유율을 차지하던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의 잔액은 급감하고 있는 반면, 10조원이 채 되지 않던 발행어음형 CMA에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장 변동성 및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발행어음형 CMA의 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발행어음형 CMA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선도 적지않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CMA 잔액(개인·법인)은 지난달 말 기준 64조386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67조8281억원)보다는 5.07% 감소했으며, 올해 초(69조908억원)와 비교했을 때는 6.81% 쪼그라든 수치다.

CMA는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입출금이 자유로운 증권사의 수시입출식 계좌다. 운용 대상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발행어음형 등으로 나뉜다.

이 중 RP형은 증권사가 확정금리형 RP에 투자한 후 그 수익금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CMA 전체 잔액 중 절반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만큼, RP형 CMA의 잔액이 빠져나가며 전체 CMA 잔액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RP형 CMA 잔액은 29조2309억원으로 올 초 대비 13.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MMF형 잔액은 2조8654억원으로 8.36% 줄었다.

이에 반해 투자자가 발행어음을 매수하고 이자를 받는 구조의 발행어음형 CMA 잔액은 오히려 늘었다. 발행어음형 CMA 잔액은 11조6609억으로 올 초 대비 36.96% 급증했다. CMA 전체 잔액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나홀로 오름세를 시현한 것이다.

지난해 증시 활황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CMA 잔고도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최근 들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비교적 저위험 성향을 갖고 있는 발행어음형 CMA에 자금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발행어음형 CMA는 증권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된다. 회사 자체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큼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에 한해 자기신용으로 발행 가능하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네 곳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현재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수시 입출식 발행어음 CMA 금리는 연 2.55%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발행어음 CMA를 운용 중인 증권사들의 발행어음(365일물) 금리는 기존 2.75~2.90%(개인 기준)에서 4.1%~4.15%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익률이 많이 상승했으며, 증권사가 자신의 신용을 바탕으로 상품을 발행하는 만큼 비교적 저위험 성향을 갖고 있어 발행어음형 CMA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또 한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발행어음형 CMA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9~10월 물가가 크게 상승할 경우 11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은 총재가 한은이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발언하며 2023년에도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발행어음형 CMA가 RP형 만큼의 인기를 끌며 향후 대세로 자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선이 이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형 CMA의 경우 가입 한도를 증권사마다 지속적으로 조절을 하기 때문에 발행 규모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자금이 급격히 쏠렸기 때문에 향후 증권사들 역시 발행어음형 CMA를 보수적으로 관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증권사는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RP형 CMA의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RP형 CMA로의 자금 유입을 위해 지난달 말 기존 1.8%대 수준이었던 개인 RP형 CMA 금리를 2.05~2.1%로 올린 바 있다. 현재 RP형 CMA를 운용하고 있는 증권사는 총 22개에 달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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