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온상' 공기업, 오명 벗을 수 있을까 ㊦] "공직자 비리 사전예방·사후처벌 강화돼야

입력 2021-03-18 07:00:03 수정 2021-03-19 08: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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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 계기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목소리 커져
법·제도적 장치로 불법행위 사전 예방 및 사후 처벌 강화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원 투기 의혹 사건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 직원들이 투기 등의 일탈 행위를 저지를 경우에 대한 처벌 근거를 명문화하고, 이를 통해 불법행위의 사전 예방 및 사후 감독, 처벌 체계 강화만이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정부도 LH 사태 이후 공직자의 시장 4대 교란 행위 기준을 세우는 등 뒤늦게 대안 마련에 나섰다. 여기에 전문가 및 시민단체는 9년간 계류됐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통해 부정부패를 근절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정치권, 불법행위 차단 위한 처벌 강화 '무게'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LH를 포함해 토지개발 및 주택업무 관련 정부부처와 공기업 직원들의 불법행위 근절 대책을 내놨다. 이와 함께 △비공개 및 내부정보를 불법부당하게 활용해 투기하는 행위 △부동산 거래질서를 위협하는 담합 등 시세조작행위 △허위매물과 신고가 계약후 취소 등 불법중개 및 교란행위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아가는 불법전매 및 부당청약행위 등을 시장 4대 교란행위로 규정했다.

4대 교란행위를 저지른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가중처벌 방안의 윤곽도 잡혔다. 정부는 향후 불법 행위자의 경우 유관기관 취업 및 관련업종의 각종 인허가 취득을 제한해 부동산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또 자본시장법을 참고해 이들이 불법행위로 얻은 이득을 환수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합동조사가 진행 중이고, LH 직원들의 투기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수사의뢰, 징계조치 등의 무관용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공직자들의 일탈 예방대책은 물론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시스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공직자 투기 근절을 위한 법안 발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LH 사태 재발 방지 차원에서 재산 등록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을 공기업에서 공공기관 전체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게 취지다. 등록의무 대상을 공공기관장·부기관장·상임이사 및 상임감사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급 이상의 임직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에는 LH 등 공기업 직원들이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사용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 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 행위로 취득한 재산은 몰수 대상이 된다.

◇이해충돌방지법 기반 사전 예방·사후 처벌 시스템 구축 '시급'


전문가들은 LH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2013년 처음 발의됐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더는 늦춰선 안된다고 보고 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작년 6월 정부안으로 국회에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재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직자가 직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사실이 인정되면 최대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공직자는 직무관련자와 사적 이해관계를 맺은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고, 유관 업무 회피 또는 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해치는 외부활동도 철저히 금지된다. 공직자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마주하는 이해충돌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는 동시에 강력한 처벌과 규정을 둬 불법행위 관리 감독체계를 공고히하겠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LH의 경우 이권이 걸린 사업들이 많이 추진되다 보니 내부 일탈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컸던 데 반해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미비했다"이라면서 "이해충돌방지법과 같은 장치를 통해 실제로 일탈에 상응하는 처벌들이 주어지고, 처벌 확률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일탈을 자제하게 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도 이번 사태를 두고 '예견된 참사'였다며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투명성기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LH 사태는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할 통제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예견된 참사였다"며 "이를 막으려면 전체 공직자를 대상으로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부정부패를 사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각각의 공기업들이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통해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두고 있지만 강령 위반에 따른 처벌은 내부 징계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라며 "현행 공직자윤리법에서도 공직자는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처벌, 신고 관련 조항이 없어 사실상 선언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대신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추진된다면 광범위하게 수정돼야 하는 사안들이 많다"며 "무엇보다 2015년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국회 통과 당시 이해충돌방지법은 제외된 채 입법화 돼 이를 정상화하고, 이해충돌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력하게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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