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회에 바란다⑱] 정부규제로 활력 잃은 SW·스타트업...한국경제 미래 없다

시간 입력 2020-04-27 07:00:04 시간 수정 2020-04-28 07: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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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참여 제한 SW진흥법 개정 필요...신사업 중심 참여 허용해야
스타트업 육성 구호 뿐...‘네거티브’ 규제 전면 도입 필요성 커


총선 이후 국회가 4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겠다고 했지만 여야는 아직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소프트웨어(SW)진흥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이 법안 자동 폐기 되고, 그 책임은 다시 21대 국회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전부개정안에는 △공정계약 환경 △요구사항 명확 △SW산출물 활용보장 등 공공 SW사업 시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는 조항이 다수 신설됐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민간투자형 공공소프트웨어 산업 조항’이다. 그동안 SW시장의 침체 원인으로 꼽힌 대기업의 공공SW사업 참여제한에 대한 예외사업을 추가해 대기업의 진출 통로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2013년 대기업 참여 원천 봉쇄 이후…활력 잃은 국내 SW시장


2004년 정부는 중소기업을 보호 및 육성하고 국내 SW 산업 발전을 위해 매출액 8000억 원 이상인 대기업에 한해 80억 원 이상의 공공SW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2013년부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기업’, 즉 대기업에 대해서 공공SW 사업을 못하도록 막았다.

사실상 2013년 전에는 사업금액이 80억 원 이상인 경우가 많아 그나마 노하우와 가술력을 갖춘 대기업의 참여할 길이 있었지만 2013년 이후 삼성 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 참여가 완전히 봉쇄됐다. 이에 따라 이 시기를 기점으로 국내 SW 산업이 정부의 기대와 달리, 침체되고 국산 SW의 경쟁력도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신, 대기업이 빠진 국내 SW 시장은 거대 공룡 다국적 SW 업체들의 독무대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도 “2013년 법 개정 이후 대기업 참여제한으로 인해서 전문기술, 안정성을 요구하는 다양한 사업에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참여하지 못한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공SW사업 진출 제한으로 SW업계는 해외진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 SI들은 공공 SW사업에서 낸 성과를 들고 해외수주를 얻어낸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국내 레퍼런스를 쌓지 못하는 탓에 이런 선순환 구조가 무너졌다. 몇몇 국내 중견 SW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도전하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 뚫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에 발표한 ‘전자정부수출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정부 수출액은 2015년 5억3404만 달러를 기록한 후 △2016년 2억6945만 달러 △2017년 2억3610만 달러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2018년 2억5831만 달러로 소폭 상승했지만 아직도 2011년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자정부 수출과 함께 같이 같던 국내 중소 SW 업체들의 수출길 자체가 막힌 것이다.

◇신산업 분야 공공SW 대기업 참여, ‘심의’ 없이 ‘전면’ 허용해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SW시장은 2017년에서 2021년 연평균 4.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반해 국내 SW시장의 경우 2.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아가 갑작스러운 코로나19사태로 올해 성장률은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금융 및 사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사업이 활발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투자 감축 등으로 이마저도 불확실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사업 분야에 한해서라도 대기업 참여를 ‘전면’ 허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본 및 사업추진력을 가진 대기업이 규모가 큰 공공SW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기술력을 가진 중소 SW기업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정부는 빅데이터·차세대통신·인공지능 등 신산업분야 공공SW사업에 한해 대기업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심의를 거쳐야 해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과학통신기술부에 따르면 대기업 참여 기회 제공 이후, 신산업분야 대기업 참여 허용 공공SW사업은 △2016년 15개 △2017년 17개 △2018년 13개로 특히 2018년에는 신청 수 대비 허용률이 35%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SW사업의 경우 규모가 커서 준비기간이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며 “여기에 심의기간까지 포함되고, 사실상 참여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은 힘들고, 심의가 통과되더라도 본 사업 발주될 때까지 준비기간이 짧아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의 경우, 대기업참여제한 제도와 같이 특정 기업 군을 아예 경쟁에서 배제하는 제도는 운영하지 않는다. 다만 ‘분리·분할 발주’ 방식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에 업무를 배분하며 공정 경쟁을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포지티브’규제에서 ‘네거티브’규제로…스타트업계 숨통 틔워줘야

스타트업 기업들도 클라우드, 로봇, 블록체인 등 신사업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성장단계에 놓인 이들의 경우, 기존 규제 때문에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 국내 규제는 허용하는 것만 나열하고 그 외의 것은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빌리티 부분에서 규제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거나 진척이 없는 경우가 다수다. 실제로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도로로 주행할 수 있게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 표류 중이고, 여객운수법 개정안의 통과로 인해 타다는 운영을 멈춘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산업의 경우, ‘네거티브’ 규제가 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기술 및 사업에 대해 일단 허용하고 사후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때문에 아예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거나, 사업 이후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전세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각종 규제에 막혀 제대로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전략과도 어긋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인 만큼 스타트업의 특성을 고려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많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조문영 기자 / mych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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