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현금성자산 추이(단위 : 억 원, 별도 기준)
호텔롯데(대표 송용덕)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약속했던 순환출자 해소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한데다, 투자를 위해 외부 자금을 크게 늘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올 상반기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하 현금성 자산)은 409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3047%(3966억 원) 증가했다. 호텔롯데의 현금성 자산은 2013년 말 106억 원, 2014년 말 292억 원, 2015년 말 3027억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한 뒤, 투자를 집행하고 남은 돈 일부를 현금성 자산으로 남겨둔 결과다. 실제로 호텔롯데는 지난해 차입금, 사채 등을 통해 유입된 현금 내역인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1조6044억 원으로 전년보다 894%(1조4430억 원) 증가했다. 이 수치는 2014년 1614억 원, 2015년 상반기 1조84억 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외부에서 돈을 조달한 호텔롯데는 투자를 크게 늘렸다. 2013~2014년 5000억 원대이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2015년 1조1966억 원으로 급증한 것이다. 호텔롯데는 작년 KT렌탈(1조200억 원), 미국의 더 뉴욕 팰리스 호텔(8억500만 달러·한화 9165억 원) 인수에 큰 돈을 썼다. 또 인천국제공항 3기 면세점 운영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임차보증금도 5500억 원가량 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호텔롯데는 올 상반기 투자를 다시 줄였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2696억 원으로 전년 동기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여름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뒤, 원활한 투자활동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로 지분구도, 회계장부 등 여러 부분에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도 호텔롯데의 투자는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롯데는 6월 상장을 준비해왔지만,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호텔롯데에 포함) 입점 로비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상장도 잠정 연기됐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공모가 밴드하단 적용시 총 4조677억 원·신주모집 3조3174억 원)으로 2조6809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예정했었다.
그 투자계획 세부내역을 보면 해외 면세점과 브랜드 인수, 국내 면세사업장 확장 등 면세사업부 2조873억 원, 국내 호텔·리조트·복합쇼핑몰 신규 오픈, 계열사 지분투자 등 호텔사업부 920억 원, 테마파크 건설과 시설 확충 등 월드사업부 1076억 원, 부대시설 건설 등 리조트사업부 281억 원 순이다. 또한 이는 61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데도 사용될 예정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 8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순환출자 해소에 총 1조7509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텔롯데는 상장은 물론, 투자활동에도 지장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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