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학회·한국경쟁법학회, 플랫폼 수수료 규제의 법적·경제적 쟁점 점검
‘거래상 지위 남용 점검’과 데이터 이동성을 통한 ‘경합시장 조성’ 대안 제시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정보통신정책학회와 한국경쟁법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플랫폼 수수료 규제의 쟁점: 타당성과 효과를 중심으로’ 세미나현장에서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기조 발표하고 있다. <사진=진채연 기자>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플랫폼과 자영업자 간 수수료 갈등이 소상공인의 생존권 문제로 비화하며 정치권과 규제당국을 중심으로 ‘수수료 상한제’와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법(온플법)’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정부가 수수료율에 직접 상한선을 씌우는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수수료가 다른 명목으로 전가되는 ‘풍선효과’를 유발하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부담과 시장 왜곡만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30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정보통신정책학회와 한국경쟁법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플랫폼 수수료 규제의 쟁점: 타당성과 효과를 중심으로’ 세미나에서는 최근 배달앱 수수료 실태조사 결과를 둘러싼 진단부터 플랫폼 가격 구조의 경제학적 한계, 그리고 규제 대안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의 ‘2026 온라인플랫폼 입점사 거래 실태조사’에 따른 배달앱 수수료(거래비용)가 약 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불거진 수수료 적정성 논란이 핵심 화두로 다뤄졌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등은 배달비와 시스템 이용료, 광고비 등 성격이 다른 비용을 수수료에 단순 합산해 플랫폼 시장 전반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반박해 왔다.
이에 대해,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원거리 주문 등으로 배달비가 오르는 측면이 있어 모든 비용을 플랫폼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면서도 “플랫폼이 한쪽 수수료(중개수수료)를 낮추면 배달비나 광고비 등 다른 수수료를 올리는 ‘수수료 간 비용 전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총 거래비용 관점에서 실태를 조사하는 것 역시 일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실태조사는 특정 시점의 단면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수수료의 변동 추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배달비 등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가변가격제)이 적용되는데, 법으로 수수료 변경 사전 통지를 의무화하는 것이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날 발표자들은 배달 수수료에 일괄 상한을 씌우는 사전규제가 미국 등 해외 사례에서 이미 실패를 증명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시애틀 등에서 도입했던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30%→15%)는 규제 도시 내 배달비를 인상해 소비자 부담을 늘리고 영세 독립 음식점보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비규제 지역 식당을 더 우대 추천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도출안. <자료=‘플랫폼 수수료 규제의 쟁점: 타당성과 효과를 중심으로’ 주최 측 제공>
이날 현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2024년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12차례 회의)를 거쳐 시행된 ‘매출액 구간별 차등수수료제’(배민 2.0~7.8%, 쿠팡이츠 2.0~8.8%)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이 연구위원은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차등수수료가 시장 가격을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양면시장의 네트워크 효과를 반영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모형에 따르면, 단일 요금제에 비해 영세업체(L타입)와 대형업체(H타입)에 차등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고매출 식당의 참여는 일부 줄어들 수 있으나 영세 식당의 플랫폼 진입이 크게 늘고 소비자 수와 사회적 총후생, 플랫폼 이윤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수수료 상한 규제 같은 사전 규제는 규제 회피 및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차등수수료가 실제로 입점업체와 소비자 후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면밀한 실증 분석과 데이터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플랫폼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 ‘정부의 가격 통제’가 아닌 ‘시장 경쟁 촉진’을 제시했다.
사후적으로 시장획정과 위법성 입증이 지난한 시장지배력 남용보다는, 단기적으로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상 지위 남용’ 여부를 선별해 점검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 면서도 “수수료 갈등의 궁극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진입장벽을 낮춰 새로운 경쟁자가 언제든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종합토론에서는 김성환 아주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혜선 공정거래위원회 디지털공정거래정책과장, 홍대식 서강대 교수, 옥경영 숙명여대 교수 등이 참여해 플랫폼 규제 입법(온플법)의 실효성과 자율규제 및 상생협의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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