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노조 합의 이어 스케줄 시스템 종료 결단…‘자율성’과 정면 충돌
플랫폼의 사전 배차·성과 평가 구조,…‘실질적 지휘·감독’ 해석 소지도
배민 ‘로드러너’ 멈췄지만…쿠팡이츠 공세 속 비용 효율화 숙제 여전

배달의민족의 물류 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스케줄제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의 시범 운영을 다음 달 7일 공식 종료한다. <출처=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의 물류 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스케줄제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의 시범 운영을 다음 달 7일 공식 종료한다. 지난 2021년 경기 오산에서 처음 테스트를 시작한 지 약 5년 만의 일이다. 시범 운영 지역이던 경기 오산과 화성의 라이더 배차 시스템은 기존의 실시간 배차 플랫폼인 ‘배민커넥트’로 일원화된다.
동선 최적화와 라이더 소득 증대라는 데이터상 실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스케줄제에 따른 노동 자율성 침해 논란과 정부의 플랫폼 노동 규제 리스크, 모회사 기술 로열티 부담이 맞물리며 결국 전면 철수를 택했다. 로드러너의 퇴장은 단순한 단일 서비스 종료를 넘어, 글로벌 표준 물류 알고리즘이 한국 플랫폼 노동 환경 및 제도적 규제망과 충돌하며 겪은 한계와 시사점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독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개발한 로드러너의 핵심 축은 ‘사전 스케줄제’였다. 라이더가 사전에 근무할 시간대를 예약하면, 인공지능(AI)이 지역별 주문량과 동선을 분석해 배차를 자동 배정하는 구조다. 플랫폼 관점에서는 특정 시간대 주문 쏠림과 라이더 부족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고, 피크타임 추가 프로모션 비용을 절감해 운영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실제로 우아한청년들이 공개한 시범 운영 데이터에 따르면, 로드러너를 시범 운영한 화성 지역 전업 라이더의 월평균 소득은 도입 전 대비 29% 상승했다. 인근 수원·평택·용인 지역 배민커넥트 라이더와 비교해도 33%가량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조리 대기 시간 감소와 최적 운행 동선 설계로 시간당 처리 건수(UPH)가 개선되며 플랫폼과 라이더 모두에게 득이 되는 선순환 모델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스템이 요구하는 규율은 플랫폼 노동의 본질인 ‘자율성’과 정면 충돌했다. 배차 수락률, 스케줄 이행률 등을 바탕으로 산정되는 최대 8단계 등급제와 이에 연동된 시간대 우선 배정권은 현장 기사들에게 사실상 강제 노동과 근태 평가로 체감됐다. 4대 보험이나 퇴직금 등 법적 사회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신분에서, 자율성을 반납하고 플랫폼 통제권 안으로 들어가는 데 대한 라이더들의 반발은 거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과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은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배민 본사 앞에서 로드러너 도입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 투쟁대회를 열었다. <사진=라이더유니온>
배민이 지난 4월 ‘스케줄 신청 기능 폐지’를 노조와 합의한 데 이어 시스템 자체를 종료하기로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급변한 제도적 환경도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추진해 온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등 플랫폼 노동자 보호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규제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이 사전 스케줄을 확정하고 성과 지표에 따라 근무 조건을 차등화하는 운영 방식은 법적 분쟁 시 ‘실질적 지휘·감독권 행사’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근로자성 입증 책임이 사업주로 전환될 경우 최저임금, 주휴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등 막대한 재정적·사법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기술적 효율성으로 얻는 실익보다 규제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로드러너 실험은 멈췄지만, 배민의 물류 효율화 과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경쟁사인 쿠팡이츠는 강력한 무료 배달 혜택과 라이더 대상의 유연한 등급별 인센티브를 앞세워 수도권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도전과 비용 절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유휴 인력을 줄이고 배달 동선을 압축해야 하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아한청년들은 로드러너 시범 운영 중 축적한 기술이나 기능을 배민커넥트로 별도 이식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민의 차세대 배차 전략은 라이더의 근무 자율성과 유연성을 해치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공급 불균형을 얼마나 정교한 알고리즘과 유인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며 “5년간의 로드러너 실험이 남긴 딜레마는 향후 플랫폼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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