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17.1km/L 웃돈 5세대 하이브리드의 효율
코너와 방지턱을 부드럽게 다스린 탄탄한 하체
고속 정숙성과 가격 경쟁력은 해결해야 할 과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LE 프리미엄.<사진=김병훈 기자>
토요타가 캠리의 아홉 번째 세대를 맞아 파워트레인을 하이브리드로 단일화했다. 가솔린 모델을 지운 결정은 상징적이다. ‘무난한 중형 세단’이라는 오랜 꼬리표 대신 연비와 완성도로 승부를 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가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 그 도전이 통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상위 트림인 XLE 프리미엄 모델을 최근 며칠간 몰아봤다.
신형 캠리의 외관은 차분하다. 이전 세대의 크고 공격적이던 그릴을 덜어내고, 얇게 다듬은 헤드램프와 가로로 넓은 공기 흡입구로 시선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화려함보다 안정감을 택한 전면부다. 전장 4920mm, 축거 2825mm의 차체는 준대형에 근접하지만, 전고를 1445mm로 낮게 눌러 옆에서 보면 세단 특유의 유려한 실루엣이 살아난다.
시승차의 ‘실버 메탈릭’ 도장은 존재감을 내세우지 않고, 캐릭터라인의 굴곡을 담담하게 살렸다. 빛을 강하게 튕겨내는 대신 옆면의 음영을 차분하게 정리해 낮게 깔린 윤곽이 더 길어 보였다. 다만 디자인 전반은 취향을 크게 타지 않는 무난함 쪽으로 기운다. 개성을 강하게 앞세운 차는 아니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LE 프리미엄.<사진=김병훈 기자>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LE 프리미엄.<사진=김병훈 기자>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LE 프리미엄.<사진=김병훈 기자>
실내는 세대 변화가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이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계기판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손이 닿는 면적 대부분에 부드러운 소재를 둘렀다. 이전 캠리의 다소 딱딱하던 플라스틱 질감과 비교하면 만듦새 차이가 분명하다.
XLE 프리미엄에는 파노라믹 선루프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JBL 오디오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특히 후방 전동 선쉐이드를 옵션으로 챙긴 점은 실사용 관점에서 반갑다. 뒷좌석 탑승자를 배려한 사양은 이 차의 성격이 패밀리 세단에 가깝다는 점을 드러낸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5400만원대 가격의 차에 전동 트렁크가 빠졌다. 양손에 짐을 든 채 트렁크를 열거나 닫는 상황에서 이 옵션의 부재가 체감될 듯하다. 경쟁 국산 준대형 세단이 이 사양을 기본으로 챙기는 흐름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먼저 눈치챌 약점이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LE 프리미엄.<사진=김병훈 기자>
주행 성능은 이 차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영역이다. 2.5L 4기통 엔진과 5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합산 227마력을 낸다. 엔진 단독으로는 186마력이다. 가속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적극적인 모터 개입 덕에 도심은 물론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답답함이 없다.
인상적인 건 하체다. TNGA-K 플랫폼 위에 얹힌 서스펜션은 코너를 돌아 나갈 때 롤을 억제하면서 노면을 놓치지 않았다. 핸들을 꺾어 방향을 바꿀 때 차의 앞쪽이 뒤늦게 따라오는 이질감이 적어 와인딩 구간을 달릴수록 믿음이 커졌다. 조향감도 지나치게 가볍지 않아 고속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토요타의 프로액티브 드라이빙 어시스트(PDA)는 이번 시승에서 체감이 가장 컸던 기능이다. 앞차에 가까워지거나 완만한 곡선로를 지날 때 시스템이 스스로 미세하게 감속과 조향을 보조해 스트레스를 덜어줬다. 반나절을 시승한 뒤 차에서 내렸을 때 피로도가 확실히 낮았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LE 프리미엄.<사진=김병훈 기자>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LE 프리미엄.<사진=김병훈 기자>
승차감도 돋보였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충격이 실내로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서스펜션이 한 박자 눌러 받아낸 뒤 자세를 다시 잡았다. 요철이 많은 이면도로에서도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약간 걸리는 부분은 정숙성이다. 저속에서는 모터 주행 구간이 길어 조용하지만, 고속으로 올라설수록 엔진 회전음과 노면 소음이 실내로 일부 들어왔다. 하이브리드차 특유의 정숙성을 기대하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가 엔진음이 들어오는 순간 예상이 살짝 빗나갔다. 완성도 높은 하체와 견주면 아쉬움이 커지는 대목이다.
이 차의 강점은 결국 연비에서 확인됐다. 공식 복합연비는 17.1km/L이지만, 시승을 끝낸 뒤 실연비는 21.5km/L를 기록했다. 공인 수치를 4km/L 이상 웃도는 결과로, 5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이 실주행에서 빛을 발했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LE 프리미엄.<사진=김병훈 기자>
캠리 하이브리드의 경쟁 상대는 크게 두 갈래다. 수입차 시장에서 맞붙는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복합연비 16.7km/L로 캠리에 근소하게 밀리고, 합산 출력에서도 캠리가 앞선다. 반면 가격대가 겹치는 국산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 하이브리드(복합 16.7km/L·19인치 기준)와 비교하면 캠리는 효율에서 우위를, 전동 트렁크 같은 편의 사양에서 열세를 보인다.
체급이 같은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가 19~20km/L대 공인 연비를 3000만원대의 가격에 갖춘 점을 고려하면 캠리 하이브리드의 5403만원(2026년형 XLE 프리미엄,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후 기준)은 국산차와의 맞대결에서는 부담이다.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는 잘 다듬은 하체와 실주행에서 입증된 연비, 그리고 운전 피로를 덜어주는 주행 보조 기술로 무장했다. 국산 하이브리드차가 가격과 옵션으로 승부하는 시장에서 캠리는 오래 타며 확인되는 완성도와 내구성으로 받아치는 쪽을 택했다. 연비와 장기 보유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는 소비자라면 이 차는 여전히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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