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프리미엄·스탠더드 등으로 분리…기관투자자 유치효과 기대
벤처업계 “초기기업 특성 반영 못해 낙인효과 우려”…기술성장성 트랙 요청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 상장사를 단계별로 구분하는 ‘승강제’ 도입에 나섰다.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우량 기업 중심의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지만, 벤처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제도 도입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7일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코스닥 세그먼트 자문단’을 출범시키고 코스닥 시장 내 승강형 세그먼트 제도 도입 논의에 착수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과 ‘스탠더드’ 등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자들이 우량 기업을 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 실적과 시장 평가에 따라 상·하위 그룹 간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실 기업은 적기에 퇴출해 시장의 질적 수준을 높인다는 계획도 담겼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는 반도체 등 경쟁력 있는 우량 기업을 집중 배치해 코스피 시장에 비해 부족했던 기관투자자 자금을 유치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미 2022년부터 재무성과와 시장 평가, 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량 기업을 선정하는 ‘글로벌 세그먼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09년부터는 코스닥 대표 우량기업 100개사를 선정하는 ‘프리미어지수’도 운영해왔다. 다만 일반 투자자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만큼 이를 전체 상장사 체계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금융위원회 당정협의회에서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정책을 발표하며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고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시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신뢰, 주주 보호, 혁신, 접근성 확대라는 네 가지 방향에서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가 1000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 퇴출 정책도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30거래일 이상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코스닥 개혁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코스피와의 수익률 격차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코스피 랠리 속에서도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와 금융주 등 시장을 주도하는 우량 기업이 다수 포진한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투자자 신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 종가 기준 4309.63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이달 17일 8864.24포인트까지 상승해 105.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945.57포인트에서 1031.96포인트로 9.1%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 시장 내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의 무분별한 상장과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기준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1747개 종목 가운데 위험 종목은 211개사로 전체의 12.1%에 달한다.
다만 벤처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주요 벤처단체들은 지난 15일 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업계는 초기 기술기업의 경우 연구개발 투자 단계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단순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하위 그룹에 편입될 경우 사업성과와 성장 가능성과 무관하게 저평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로 일부 시장에만 자금과 관심, 유동성이 집중될 위험이 있다”며 “자본시장이 지나치게 안정성 중심으로 설계되면 혁신기업이 성장하기도 전에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그먼트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기술 중심 기업에 대해서는 업종별 상용화 주기를 반영한 ‘기술성장성 트랙’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며 “벤처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전용 평가체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그먼트 제도는 이미 일본에서 시행된 바 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는 2022년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시장으로 재편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후 최상위 시장인 프라임으로 자금이 집중되고 그로스 시장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관투자자 이탈과 시장 양극화 문제가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세그먼트 제도가 투자자 신뢰 회복과 시장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성장 단계에 있는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 성장성과 혁신성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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