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진전 없으면 관세 인상” 경고…그리어 면담·스위처 비공개 협의로 압박↑
구글, 1:5000 국가기본도 국외 반출 요청…안보 민감도 놓고 정부는 신중론
온플법·망 사용료 갈등까지 ‘디지털 무역장벽’ 쟁점화…관세·규제·지도 반출 연계 협상

구글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1:5000 축척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문제가 한·미 통상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출처=<출처=REUTERS·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5% 관세 재인상 압박의 전제로 한국의 ‘비관세 장벽’ 문제까지 관세인상 철회 조건으로 올리면서, 구글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1:5000 축척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문제가 한·미 통상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 정부와 구글은 “한국은 정밀 지도 반출을 막아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허용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국내 공간정보 산업 보호를 이유로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나 “비관세 장벽 해소가 진전되지 않으면 감정 없이 관세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강한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릭 스위처 USTR 부대표는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약 1시간 반 가량 비공개로 비관세 장벽 현안을 논의했다.
미국이 문제 삼는 비관세 장벽의 핵심은 △구글·애플 등 미국 빅테크에 대한 고정밀 지도 반출 불허 △넷플릭스·유튜브의 망 사용료 갈등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등 디지털 규제 입법이다. USTR와 미 의회는 이러한 조치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차별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관세 인상을 지렛대로 한국의 디지털 규제 체계를 완화하도록 압박하는 셈이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온플법 제정 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내부 기조를 정하고, 이를 미국 측에 신호로 보내 관세 협상에서 여지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관세 조정, 디지털 규제, 지도 반출 허용 여부가 하나의 패키지로 맞물리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조현(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비관세 장벽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된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추진은 이번이 세 번째 시도다. 구글은 앞서 2007년과 2016년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했었는데 관계부처 협의 끝에 ‘불허’ 결론이 내려졌다. 2025년 2월에도 1:5000 축척 국가기본도(수치지도) 반출을 재차 요청했으며, 정부는 지난해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결정을 유보했고, 올해 2월 보완 서류를 받은 이후 또다시 한·미 통상 협상과 얽히게 됐다.
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는 국토교통부 장관 허가 없이 기본측량 성과(지도, 항공사진 등)를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2만5000보다 더 정밀한 1:5000급 지도는 군사시설·기간시설 위치가 명확히 드러날 수 있어 안보 민감도가 높다는 판단이다.
반면 구글은 한국에서만 자사 지도 서비스의 길찾기 기능이 제한돼 매년 1000만명 이상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1:2만5000 축척 데이터로는 실시간 내비게이션 및 보행자 길찾기 등 고도화된 기능 구현이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 1:5000급 데이터 반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1:1000급 초정밀 지도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안보 부담이 적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글이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지도 데이터 반출이 허용될 경우 2030년까지 관광·모빌리티·로컬 광고·물류 등에서 누적 18조원대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고,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약 12%, 고용 성장률은 약 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자율주행, 드론 배송, 디지털 트윈 등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도 강조한다.
지도 반출 허용에 대한 국내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지도 서비스들은 고정밀 지도 경쟁력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는 실내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플라잉뷰, 예약 탭 등 로컬 상권과 연계한 특화 기능을 속속 도입하고 있으며, 카카오맵은 초정밀 버스 정보, 한강버스 실시간 위치, AI 기반 맛집·데이트 코스 추천 기능 등을 통해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는 국토교통부 장관 허가 없이 기본측량 성과(지도, 항공사진 등)를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법률 캡처>
이 밖에도 미국은 무역대표부(USTR)의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망 사용료 부과 문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입법 추진 등을 꾸준히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지목해왔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도 한국의 온라인플랫폼 규제와 위치 정보 데이터 문제에 대한 미국 측 우려가 그대로 반영되면서, 온플법 입법 동력은 사실상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결국 정부는 △구글 지도 반출 △온플법 입법 △망 사용료 분쟁을 둘러싼 디지털 통상 패키지를 어떻게 조합해 ‘관세 폭탄’을 피하면서도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지킬지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당국과 규제 부처, 안보 라인, 그리고 국내 플랫폼 기업의 이해관계가 뒤엉킨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될수록 미국의 압박 강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건부 허용’과 ‘상호주의’ 원칙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안보와 형평성을 보장할 실효적 조건을 마련하고,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동등한 디지털 규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상호주의를 명문화한다면 이번 협상이 한국의 디지털 통상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카드를 통한 압박 속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IT 규제를 넘어 안보·산업·통상·플랫폼 정책이 맞물린 복합적 게임이 됐다”며 “단기적 압박에 대응하기보다 장기적인 디지털 주권 전략과 산업 경쟁력 로드맵 속에서 협상 전략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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