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소상공인 보호 조치에도… “소비자 부담·산업 위축” 우려

시간 입력 2025-10-01 17:28:45 시간 수정 2025-10-02 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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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상한제, 미국 사례선 주문·매출 감소…프랜차이즈만 반사이익
소비자 75% ‘추가 배달비 부담 땐 반대’…이용 횟수 최대 60% 줄어
학계·업계, 세계 최저 수수료 구조 속 수수료 상한제는 산업 위축 불러

한국상품학회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정책포럼에서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을 주제로 학계, 산업계 인사들과 함께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등 각종 규제를 둘러싼 이슈를 두고 집중 논의했다. <사진=진채연 기자>
한국상품학회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정책포럼에서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을 주제로 학계, 산업계 인사들과 함께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등 각종 규제를 둘러싼 이슈를 두고 집중 논의했다. <사진=진채연 기자>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가 소상공인 보호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소비자 부담 전가, 주문 감소, 나아가 산업 전반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상품학회는 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네모미래연구소 주관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의 파급 효과를 집중 논의했다.

김태완 건국대학교 교수는 해외 사례를 근거로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가져올 역효과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독립 식당을 보호하기 위해 수수료를 15%로 제한하자 오히려 주문량과 매출이 감소했고, 규제를 받지 않는 프랜차이즈 체인 식당 매출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규제 이후 플랫폼들이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려 소비자에게 배달료를 전가하거나 추천 알고리즘에서 독립 식당 노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그 결과 소비자의 부담은 늘고 배달 시간 역시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 상한제가 단기적으로는 식당 수익을 높일 수 있지만, 소비자 후생은 감소하고 플랫폼 가치도 저하된다”며 “궁극적으로 사회적 후생 측면에서 순효과가 마이너스로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가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을 주제로 마련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진채연 기자>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가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을 주제로 마련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진채연 기자>

이성희 호서대 교수는 한국상품학회가 최근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달앱 이용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수료 상한제가 시행돼 추가 배달비가 발생할 경우 응답자의 75%가 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들은 현재 월평균 5.8회 배달을 이용하지만, 상한제로 인한 추가비용 발생 시 이용 횟수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예상 수치는 5.3회에서 2.1회로 약 6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82%가 개인 점포 주문을 줄일 가능성을 언급해 상한제가 오히려 소상공인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교수는 “소비자의 이익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소상공인 보호만 강조되는 법안은 오히려 시장 이탈을 낳을 수 있다”며 “의약품·주택·에너지 가격 규제에서 드러났듯, 특정 목적 없이 상시적으로 시행하는 가격 상한제는 부작용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상품학회가 최근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배달앱 이용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한제가 시행돼 추가 배달비가 발생할 경우 응답자의 75%가 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진채연 기자>
한국상품학회가 최근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배달앱 이용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한제가 시행돼 추가 배달비가 발생할 경우 응답자의 75%가 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진채연 기자>

토론에 나선 이유석 동국대 교수는 배달앱을 단순 디지털 정보재 플랫폼(구글 플레이, 앱스토어)과 동일시하는 접근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달 플랫폼은 실제 물류와 인건비가 수반되는 ‘온디맨드 서비스’이기 때문에 무조건 수익성을 낮추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결국 플랫폼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 요금 인상 등 다른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도 “국내 배달 플랫폼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무리한 상한제 도입은 업계 전체의 적자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벤처 생태계의 혁신 동력도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달앱은 국내 벤처 기업이 만들어낸 대표적 성공 사례인데, 손쉬운 가격 규제가 산업 자체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소상공인 보호라는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의 전략적 대응과 소비자 부담 증가, 주문량 감소 등으로 인해 정책 효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대응 방식과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전면적인 도입에 앞서 세종시와 같은 특정 지역에서 시범 시행을 거쳐 실제 효과를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상품학회 관계자는 “수수료 상한제는 소상공인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소비자·배달원·플랫폼 사업자 모두의 관점을 반영한 보완장치와 인센티브 설계 없이는 장기적인 후생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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