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of Data

계절적 비수기·주관사 책임 강화한 신규 제도 도입에 이달 상장 단 2건
내달 명인제약·이노테크 상장 예정…케이뱅크·더핑크퐁컴퍼니 등도 대기 중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넘보는 등 증시가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함에도 불구, 유독 기업공개(IPO) 시장이 조용한 모습이다. 최근 IPO 제도의 변경으로 주관사의 부담이 더욱 커짐에 따라 기업이 상장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명인제약, 케이뱅크 등 상장이 예정돼 있거나 추진 중인 대어급 종목들이 다수 있어 분위기 반전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전망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새롭게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단 두 곳이었다. 지난 5일 코넥스에 상장한 본시스템즈, 19일 코스닥 상장한 에스투더블유다.

9월은 전통적으로 IPO시장에서는 비수기에 속하지만, 올해는 이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평가다. 2021년 9월 12개사, 2022년에는 9개사, 2023년에는 7개사가 각각 상장했다. 시장 침체를 겪은 지난해 9월에도 5개사가 상장해 올해보다는 많았다.

시장 호조에도 IPO가 뜸해진 이유에는 지난 7월부터 적용된 제도 변경이 지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 7월부터 IPO 제도 개편을 본격 단행, 적용했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기관 배정 물량의 40% 이상은 의무 보유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된다. 만약 확약 비중이 기준에 미달하면,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30억원 상한)를 직접 인수하고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의무 보유 확약을 늘리고 주관사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일명 ‘공모가 뻥튀기’ 현상 방지의 취지로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주관사의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상장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성공 확률이 불확실한 공모주에 큰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 점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형적인 비수기 시즌에 새로이 적용되는 IPO 시장에 대한 규정 영향으로 역대 매우 낮은 기업 수가 IPO에 도전할 것”이라며 “9월은 4월과 함께 비수기인데, 상반기 실적 결산을 기준으로 IPO를 추진하는 시기인데다 7월 이후 다양한 정책들이 반영되는 시기로 기업이 우선 관망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제도 개선 후 첫 상장한 에스투더블유가 ‘따상(상장 첫 날 공모가 두 배 이상 상승)’에 성공하는 등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반기에는 다수의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는 여전히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내달 상장 예정인 명인제약이 첫 타자다. 업력 40년이 넘는 명인제약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증권가 추산 시가총액은 8000억원대에 달한다. 오랫동안 비상장 상태를 유지해온 만큼 ‘베일에 싸인’ 제약사로 알려져왔으나, 대표 제품인 ‘이가탄’, ‘메이킨’등을 내세워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는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

마찬가지로 내달 코스피 시장 상장 예정인 복합 신뢰성 환경시험 장비 업체 ‘이노테크’도 있다. 이노테크는 최근 4년간 연평균 약 27.1%의 매출 증가율을 보인 바 있다. 앞선 IPO 당시 시장에서 추정된 기업가치는 약 1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중소형 제약사 삼익제약도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내달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스팩합병 후 기업가치는 약 500억원대로 추산된다.

‘아기상어’ 등 유아용 콘텐츠로 알려진 더핑크퐁컴퍼니도 22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더핑크퐁컴퍼니 측은 기업가치를 7000억원 가량으로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상장 시도를 저울질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시장 회복세에 따라 재도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