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수주 가뭄에 수장 교체…찬바람 부는 건설업계  

시간 입력 2024-04-05 17:45:00 시간 수정 2024-04-05 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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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7곳, 올해 1분기 도시정비사업 수주 ‘0건’
DL이앤씨‧포스코이앤씨‧신세계건설 등 대표 교체  
무리한 사업 확장보단 위기관리‧내실강화에 주력  

(왼쪽부터)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내정자,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 허병훈 신세계건설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진제공=각 사>

국내 건설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건설사 10곳 중 7곳의 올해 1분기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0건에 그친데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건설사를 중심으로 대표가 줄줄이 교체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무리한 사업 확장보단 위기관리와 내실강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의 대형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호반건설 등 7개사는 올해 단 한건의 도시정비사업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1분기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총 3조99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가량 줄었다. 작년 1분기에는 10대 건설사 6곳이 도시정비 수주실적을 냈는데, 올해는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한 건설사가 절반으로 급감했다.

이는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직접공사비를 의미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3년째 상승해 154.81까지 치솟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일반분양 수입이 감소했고 동시에 공사비가 급등해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며 “그 결과 지연되거나 사실상 중단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몸을 사리는 가운데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에선 대표들이 연달아 교체됐다. 주택 사업 호황기를 이끌었던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재무통이 대거 중용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DL이앤씨는 최근 새 대표이사에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내정했다. 사임한 마창민 전 대표에 이어 연속으로 건설업 경험이 없는 LG전자 출신을 대표로 발탁한 것이다. 서 내정자는 다음달 10일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DL이앤씨는 신사업 추진 경험이 있는 서 내정자를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암모니아 등 신성장동력 발굴과 신사업 확대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신세계건설도 최근 정두영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부사장을 내정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878억원을 냈다. 그 여파로 모기업인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722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연간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허 부사장은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 측은 허 부사장이 그룹 재무 관리를 총괄해온 만큼 신세계건설 재무 건전성을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지난달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전 대표의 해결 과제도 실적 개선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지난해 매출이 10조1657억원으로 전년보다 7.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7% 감소한 2010억원에 그쳤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 경기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알짜 사업지 외에는 수주를 꺼리는 분위기”라면서 “당분간 위기관리와 내실강화에 주력하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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