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금융권 최초 ‘홍콩ELS’ 자율배상 배경은…‘자산관리’ 분야 신뢰확보

시간 입력 2024-03-25 17:41:58 시간 수정 2024-03-25 17: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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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자율조정 안내 시작
타 은행 대비 ELS 판매 규모 적어 배상 부담↓
최근 자산관리 전문은행 도약 선포…신뢰 확보 드라이브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조정을 추진한다. 수조원대에 달하는 손실로 자율 배상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여타 은행과 달리 서둘러 배상에 나서 눈길을 끈다.

ELS 판매 규모가 작아 배상 부담이 낮은 점이 우리은행의 선제적으로 배상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보다 근본적으로 홍콩ELS 손실 사태로 은행의 신탁 사업 위축될 우려가 큰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배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자산관리 부문 차별화를 두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홍콩ELS 대규모 손실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당장 내달 만기 도래로 손실이 확정된 고객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조정비율을 산정하고 배상금 지급에 나설 방침이다. 조정비율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되 투자자별 고려 요소가 많은 만큼 개별 협의를 거쳐 산정한다.

이르면 이번주부터 투자자들과 접촉해 배상절차 등 자율 조정 안내를 시작할 예정이다.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의 경우 조정비율 협의와 동의를 마치고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중 가장 먼서 자율조정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금감원이 자율조정안을 발표한 시점으로부터 10여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내린 결정이다.

우리은행의 선제적 자율배상안 마련은 은행권 중 ELS 판매 규모가 가장 적어 배상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율조정 대상 ELS 금액은 415억원 수준으로 첫 만기 도래분의 손실률은 45% 안팎으로 추산된다. 첫 만기가 도래하는 손실액(약 186억원) 기준으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배상 비율을 50%로 가정하면 배상 규모는 1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올 상반기 홍콩ELS 만기 규모는 약8조1673원으로 손실률 50%, 배상률 40%를 적용하면 배상 총액은 1조6000억원이 넘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비예금상품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강화된 내부통제체계를 통해 상대적으로 현저히 적은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거래고객을 보호하고 분쟁을 방지하고자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숙고해 자율조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선제적 배상에는 ‘자산관리 전문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ELS 손실로 은행의 신뢰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면서 신탁업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최근 자산관리 전문은행 도약을 선포하면서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홍콩ELS 리스크를 빨리 털어내고 신뢰를 회복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자 중심의 은행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수준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다른 은행이 ELS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ELS 판매에 나서면서 투자자 보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홍콩ELS' 사태 방지를 위해 완전판매 기본 문화를 장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현주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은 이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상품을 파느냐에 달렸던 기존 자산관리 기준에서 탈피해 고객 중심 포트폴리오 영업 문화를 장착하고 불건전 영업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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