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구원투수’로 기용한 김정호 전격 해고…김범수의 경영쇄신 제동 걸리나

시간 입력 2024-03-18 17:30:00 시간 수정 2024-03-18 17: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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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윤리위, 지난 15일 김정호 전 총괄 해고 의결
김 전 총괄, 대형 건설 프로젝트 비위 의혹 등 내부 실태 폭로
카카오 감사단 조사 결과 “대부분 사실 아냐”
경영진 인사 논란과 겹치며 ‘쇄신 의지’ 의구심도

<사진=브라이언임팩트>

카카오가 그룹의 경영 혁신을 위해 영입했던 김정호 CA협의체 전 경영지원총괄을 해고 조치됐다. 이에 따라, 카카오 그룹 내부의 고질적인 인사구조와 비위의혹을 전면 쇄신하기 위한 시도가 차질을 빚는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 전 총괄은 지난해 9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부탁으로 합류한 뒤 이른바 ‘카카오 카르텔’이 있다며 내부 실태를 폭로하는 등 파장을 일으킨 뒤 스스로 징계를 요청한 바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는 지난 15일 김 전 총괄의 해고를 의결했다고 내부 공지를 통해 밝혔다. 윤리위는 직장 내 괴롭힘, 명예훼손,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유출, 언론 대응 지침 및 SNS 활동 가이드 위반 등 여러 가지 사유로 김 전 총괄에 대한 해고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괄은 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 전 총괄은 지난해 9월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로 선임됐으나, 임명된 지 2개월 만에 사내 회의 중 임직원에게 욕설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과 내부 실태 폭로 등을 이유로 문제가 된 바 있다.

앞서 김 전 총괄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를 통해 카카오 자산개발실이 추진하는 제주 ESG 센터, 서울아레나, 안산 데이터센터 등 3개의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공사 대금이 최대 800억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업체 선정 과정에서 결재나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총괄이 한 임원과 언쟁하며 “이런 개X신 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라고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외에도 자신의 SNS에서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견제 없는 특정 부서의 독주 △불신과 냉소가 만연한 사내 문화 △휴양시설·보육시설 부족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장비의 헐값 매각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활용 등 그룹 내 전 사업영역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했다.

카카오는 이러한 논란에 대응해 그룹 준법경영실과 외부 법무법인이 참여하는 감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단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3월 4일까지 관련 자료를 검토 및 분석하고 관계자 인터뷰를 통한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김 전 총괄이 제기한 의혹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지어졌다. 카카오 윤리위는 건설 프로젝트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일부 절차상의 미비점은 발견됐으나, 김 전 총괄의 주장처럼 담당 임직원이 내부 승인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거나 시공사와의 유착한 정황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왼쪽)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대치동 EG빌딩에서 열린 만남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일각에서는 이번 파격적인 인사조치로 그동안 김범수 창업주가 추진해 온 ‘경영 쇄신’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경영 쇄신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김 전 총괄이 해고되면서, 내부에서 쓴소리를 할 사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전 총괄은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외부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에서 유일한 내부위원이었으며, 그는 스스로 윤리위에 징계를 요청한 후에도 “움츠러들거나 위축되지 않고 계속 (쇄신을) 추진해서 발본색원하고 회사를 리뉴얼하겠다”고 강한 쇄신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최근 경영진 인사에서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혁신 수장’을 맡고 있던 김 전 총괄까지 해고하면서 내부적으로 인적쇄신 및 경영혁신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정신아 대표 내정자가 진행한 내부 간담회에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카카오 CTO로 내정했다고 밝히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졌다. 정 전 CTO는 2021년 8월 카카오뱅크 상장 3거래일 만에 보유 주식 중 10만6000주를 매도해 약 66억원의 차익을 거뒀으며, 이후 남은 주식도 전량 매도해 추가로 10억원 이상을 확보하며 총 7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다.

또한 분식회계 논란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의 경우에도 정기주주총회에 재선임 안건을 올리며 사실상 연임을 확정한 상태다.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차익 실현에 나섰던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의 재선임안도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됐다.

외부에서 카카오의 경영 쇄신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지적하자,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외부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는 신규 경영진의 선임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준신위는 “일부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발생한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앞으로 유사 평판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면서 “카카오의 새 리더십이 사회의 눈높이에 맞춰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점검하고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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