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 반도체 보조금 60억불 ‘잭팟’…“천정부지 치솟는 건축비 부담 덜었다”

시간 입력 2024-03-15 17:10:00 시간 수정 2024-03-15 17: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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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 반도체 투자액 170억불의 3분의 1 규모 받을 듯
경쟁사 TSMC 보다 10억불 더 많아…보조금 수혜 경쟁서 선방 평가
미 정부, 다음주 인텔 보조금 발표…‘제식구 감싸기’는 지속될 듯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삼성전자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8조원가량의 대규모 보조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 정부가 자국 및 서방 기업 위주로 지원금을 제공하면서, 자칫 K-반도체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왔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전자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키로 하면서, 삼성·SK를 둘러싼 불이익 우려는 말끔히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가 삼성전자에 60억달러(약 7조9794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금 규모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지원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대미 반도체 투자액의  3분의 1에 맞먹는 대규모 자금을 보조금으로 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주에 170억달러(약 22조5998억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삼성이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자인 대만 TSMC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될 것이란 것이다. 지난 8일 블룸버그는 “TSMC가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으로 50억달러(약 6조6475억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TSMC가 미국에 투자키로 한 규모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TSMC는 총 400억달러(약 53조1840억원)를 투입해 미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두곳을 짓고 있다. TSMC로서는 삼성전자 보다 두배 이상 더 많이 투자하고도, 10억달러(약 1조3296억원) 적은 보조금을 받게 된 셈이다.

삼성이 경쟁사보다 더 우월한 조건으로 미 정부의 지원금을 받게 된 것은 삼성전자의 대미 추가 투자 덕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규모를 늘리기 위해 추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와 논의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미 텍사스주 반도체공장 건설 외에도, 향후 20년 간 1920억달러(약 255조2448억원)를 투자해 반도체공장 11곳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여기에 AI(인공지능) 등과 관련해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미 정부는 삼성의 미국 내 사업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보조금 액수를 대폭 상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한·미 양국이 최근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는 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내 삼성전자의 높은 위상 등도 지원금 책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평가다.

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으로 날로 커지고 있는 미 현지 건설비 부담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주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공장의 총 건설비는 예상보다 80억달러 이상 늘어난 약 250억달러(약 33조36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2021년 11월 공장 설립 계획 발표 당시, 삼성은 170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반도체공장의 경우 쉽사리 건설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건설 비용이 당초 투자액의 1.5배 가까이 불어났는데도 삼성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돈을 들여가며 공사를 이어 가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건설비 부담을 덜고, 미 현지 반도체공장 건설 및 칩 양산 일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의 지난해 말 기준 공사 진행률은 59.7% 수준이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공장. <사진=삼성전자>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및 서방 기업 먼저 챙기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 정부가 삼성전자에 앞서 자국 기업인 인텔에 최대 규모의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키로 하면서 ‘제식구 우선 챙기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다음 주 미 애리조나주에서 인텔의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와 관련해 수십억달러의 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 정부가 인텔과 함께 10조원대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도 밝혔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인텔에 100억달러(약 13조3000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고려 중이다”며 “이는 반도체 지원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자국 기업 챙기기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상당 규모의 보조금을 받게 되면서, K-반도체가 미 반도체 지원금 수혜 경쟁에서 선방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재로서 K-반도체가 보조금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규모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발표 시점이 언제일지를 묻는 질문에 “이달 말에는 발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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