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4나노’ 선점 초강수…삼성 파운드리 2위 ‘위협’

시간 입력 2024-02-22 17:30:00 시간 수정 2024-02-22 17: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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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IFS 다이렉트 커넥트’ 개최…파운드리 대공세 선언
겔싱어 CEO “2030년 세계 2위 도약”…삼성에 선전포고
갈 길 바쁜 삼성, GAA 기반 선단 공정 경쟁 우위 확보해야

미국 인텔 본사. <사진=인텔>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이 올 연말부터 1.8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반도체를 양산키로 했다. 2027년엔 1.4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주도하고 있는 선단 공정 기술 경쟁에 인텔도 가세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파운드리 절대강자인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새 추격자로 나선 인텔의 도전도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인텔은 현지시간으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2024’를 열고,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 출범한다고 밝혔다.

IFS는 인텔이 2021년 3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개최한 첫 파운드리 행사다. 당시 인텔은 “향후 4년 간 5개 공정을 개발하겠다”며 7나노부터 1.8나노까지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인텔은 올 연말부터 1.8나노(18A)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파운드리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큰 소식이다. 인텔의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내년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삼성전자와 TSMC를 기술적으로 추월하게 된다.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톱5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공격적으로 투자를 벌이며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운드리 후발 주자인 인텔은 지난해 9월 1.8나노급인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공개하며 선단 공정 제품 양산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에 2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 삼성과 TSMC를 긴장케 했다. 이런 와중에 인텔이 올 연말 1.8nm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파운드리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2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 기술 경쟁에서 삼성, TSMC를 앞서게 되면 단숨에 파운드리 시장의 선도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 2강 구도를 깨고 파운드리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연합뉴스>

첨단 공정에서의 고객사도 확보한 상태다. 인텔은 1.8나노 공정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S) 칩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칩 종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MS가 지난해 발표한 AI(인공지능) 반도체 ‘마이아’가 제조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의 수주 물량은 현재 150억달러(약 19조941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100억달러였던 수주 물량이 최근 50억달러 증가한 것이다. 업계는 증가분 대부분이 MS의 AI 반도체 수주 물량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는 “가장 진보된, 고성능·고품질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우리가 인텔과 함께 일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도 “전 세계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단 몇 곳뿐이다”며 “인텔의 18A 칩은 세계 1위 TSMC의 처리 속도를 능가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인텔은 2027년 1.4nm 공정을 도입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1.4나노 공정은 올 연말 양산을 시작하는 1.8나노보다도 더욱 미세한 공정 기술을 요구하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이다.

이에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선단 공정 기술 경쟁은 한층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27년부터 1.4나노 공정을 통해 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SMC도 2027년 1.4나노 공정을 상용화하기로 했다.

인텔은 초미세 공정을 앞세워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로 도약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겔싱어 CEO는 “2030년까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파운드리 업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에 대한 선전포고와 진배 없다.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은 삼성전자다.

파운드리 후발 주자인 인텔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크게 위협 받고 있다. TSMC를 추격하기 위해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인텔의 도전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고 동시에 인텔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반도체 첨단 제조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도입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위상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GAA는 반도체 칩에 전류가 충분히 흐르도록 설계해 전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안된 신기술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GAA 기반 선단 공정에서 상당한 경쟁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는 같은해 12월 3나노 생산에 돌입한 TSMC보다 반년 가량 앞선 것이다.

GAA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은 내년부터 더욱 미세한 2nm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산을 시작해 2026년 HPC 공정에 적용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이를 차량용 반도체로 확대한다.

초미세 공정 양산 계획도 세운 상태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보다 훨씬 미세한 1.4나노 공정을 2027년부터 생산한다는 목표다. 최첨단 반도체를 앞세워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AI 전용 반도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가장 최적화된 GAA 트랜지스터 기술 혁신을 통해 AI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GAA 기반 선단 공정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삼성이 2나노 공정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nm 공정부터 GAA 기술 적용에 따른 변곡점이 발생할 것이다”며 “3nm GAA를 이미 적용해 기술 완성도를 높인 삼성전자가 GAA 공정 안정성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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