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능선 넘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최종 관문’ 미국만 남았다

시간 입력 2024-02-14 17:50:00 시간 수정 2024-02-14 17: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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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경쟁당국,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유럽 4개 중복 노선 이관 등 조건
미국 경쟁당국 승인만 남아…미주 노선 독점 우려는 변수

대한항공 항공기.<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이 9부 능선을 넘으면서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가시권에 놓였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양사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경쟁당국이 미주 노선에 대한 독점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대한항공이 최종 관문인 미국의 문턱을 넘기 위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C,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부 승인…미국만 남아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는 13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다고 공시했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C와 사전 협의 절차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1월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시정조치 관련 논의를 통해 지난해 11월 2일 시정조치안을 제출했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취합과 시장 평가 등을 거쳐 승인이 이뤄졌다.

EC의 이번 조건부 승인은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이행을 전제로 한다.

대한항공은 화물 부문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의 분리 매각을, 여객 부문에서 유럽 4개 중복 노선에 대한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완료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의 경우 입찰, 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 향후 선정된 매수자에 대한 EC의 승인 절차를 거쳐 거래를 종결한 이후 실제 분리 매각을 추진한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늦어도 올해 10월 전까지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매각 준비를 마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후보로는 현재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4곳이 거론되고 있다. EC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이달부터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객사업은 신규 진입 항공사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인천발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들 4개 노선은 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제기한 노선이다.

대한항공은 추후 국토교통부에 이들 4개 노선의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고, 국토부는 이를 재분배하게 된다.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이전도 항공사 간 협의를 거쳐 진행한다.

EC의 조건부 승인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만 남겨두게 됐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 국가의 승인을 받았다. 앞서 2021년 2월 튀르키예, 2021년 5월 대만·태국·필리핀, 2021년 9월 말레이시아, 2021년 11월 베트남, 2022년 2월 한국·싱가포르, 2022년 9월 호주, 2022년 12월 중국, 2023년 3월 영국, 2024년 1월 일본, 2024년 2월 EU 등 13개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마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점으로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미주 노선 독점 우려 등 변수…대한항공, 자구안 마련 총력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안에 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아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종결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 내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에 신규 항공사의 진입과 증편이 이뤄졌다는 점을 미국 경쟁당국에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최종 합병이 이뤄지면 단숨에 매출 20조원, 항공기 200대 이상의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다만 미국 경쟁당국이 미주 노선에 대한 독점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경쟁당국이 최근 경쟁 제한을 이유로 자국 LCC 간 합병을 불허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법무부(DOJ)는 미국 LCC인 제트블루와 경쟁사 스피릿항공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이 DOJ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 항공사의 통합이 최종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복 미주 노선을 국내 LCC에 이관하는 것이 관건인데, 대한항공이 자구안을 이미 마련한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 경쟁당국이 경쟁 제한 여부를 까다롭게 따지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 통합까지는 2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약 2년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독립 운영되며, 이후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한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 LCC의 통합 절차도 이어지게 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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