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 올 여름 조기 ‘가동’…“TSMC 추격 속도 낸다”

시간 입력 2024-02-13 07:00:00 시간 수정 2024-02-08 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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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테일러공장, 이르면 올 7월 반도체 생산 돌입
올해 신규 공장 가동 확실시…삼성 파운드리 순항
세계 1위 TSMC, 애리조나공장 가동 시점 연기
TSMC 주춤하는 사이 삼성 약진 기대…격차 줄어들 듯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이 이르면 올해 여름 가동될 전망이다. 이 곳에선 5G 이동통신, HPC(고성능컴퓨팅), AI(인공지능) 관련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이 본격화 하고 있는 것과 달리 파운드리 강자인 TSMC는 신규 공장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TSMC가 주춤하는 사이 삼성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가면서 양사간 격차도 좁혀질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의 빌 그래벨 카운티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최근 한국에서 열린 반도체 회의에 참석해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만나 테일러공장 운영 및 제조 일정에 대한 세부 사항을 확인했다”며 “새 공장은 올 7월 1일까지 직원을 받고, 그 기간에 반도체 제조를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래벨 카운티장은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4’ 미주 포럼에 참석한 바 있다.

그래벨 카운티장이 밝힌 바와 같이 삼성은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2021년 11월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에 170억달러(약 22조5862억원)를 투입해 신규 반도체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파운드리공장 건설 공사는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테일러공장 부지는 500만㎡(약 151만2500평)에 달한다. 이는 삼성 오스틴공장 보다 4배 가량 큰 수준이다. 신규 공장에선 최첨단 4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해 5G, HPC, AI 관련 반도체가 양산될 예정이다.

새 파운드리공장은 이미 고객사도 확보해 둔 상태다. 삼성전자는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의 차세대 칩, 캐나다 텐스토렌트의 AI 칩 등을 4나노(SF4X) 칩렛 공정으로 생산키로 했다.

선단 공정 기술, 생산 제품, 고객사 등 테일러공장과 관련한 정보가 하나둘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가동 시기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그래밸 카운티장이 한국을 다녀간 직후 이같은 소식을 전하자 삼성전자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래밸 카운티장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며 “삼성 테일러공장은 예정대로 올 연말께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고 일축했다.

그간 삼성은 테일러공장의 가동 시점을 올 연말이라고 밝혀 왔다. 최시영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지난해 말 미국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 2023’ 기조 연설에서 “테일러공장의 첫 웨이퍼 생산은 2024년 하반기가 될 것이다”며 “대량 양산 시기는 2025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 부문 미주총괄 부사장 역시 지난달 초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테일러공장 건설은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그래벨 카운티장과 삼성전자가 각각 밝힌 가동 시점에는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테일러공장이 올해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이 순항하고 있는 것과 달리 TSMC는 새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력 확보와 투자 비용 마련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공장은 빨라야 2027년 말이나 가동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가동한다고 밝힌 공장도 가동 시점을 내년으로 미뤘다.

당초 TSMC는 총 400억 달러(약 53조1240억원)를 투입해 미 애리조나주에 반도체공장 두곳을 짓고, 올해부터 4nm, 5nm 칩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3nm 칩은 2026년부터 양산키로 했었다.

뿐만 아니라 TSMC가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당분간 파운드리 공정에 ASML의 하이NA(뉴메리컬어퍼처) EUV(극자외선) 장비를 적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NA EUV는 ASML이 올해 출하를 시작한 최신 반도체 제조 장비로, 2나노 미만 미세 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제품이다.

TSMC가 내년 선단 공정인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는데도 불구하고 반도체 제조 장비를 서둘러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TSMC의 미세 공정 양산 시점은 상당 기간 늦춰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만 TSMC 본사. <사진=TSMC>

TSMC가 주춤하는 동안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현재 삼성전자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기반으로 선단 공정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GAA 기술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이다.

삼성은 GAA 기반 선단 공정에서 TSMC 보다 우위를 점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는 같은해 12월 3나노 생산에 돌입한 TSMC보다 반년 가량 앞선 것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사장도 2022년 7월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며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GAA 기술의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결과”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GAA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은 내년부터 더욱 미세한 2nm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산을 시작해 2026년 HPC 공정에 적용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차량용 반도체로 확대한다.

초미세 공정 양산 계획도 세운 상태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보다 훨씬 미세한 1.4나노 공정을 2027년부터 생산한다는 목표다. 최첨단 반도체를 앞세워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AI 전용 반도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가장 최적화된 GAA 트랜지스터 기술 혁신을 통해 AI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GAA 기반 선단 공정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삼성이 2나노 공정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nm 공정부터 GAA 기술 적용에 따른 변곡점이 발생할 것이다”며 “3nm GAA를 이미 적용해 기술 완성도를 높인 삼성전자가 GAA 공정 안정성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오스틴공장.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 간 점유율 격차가 크게 축소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7.9%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12.4%였다.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45.5%p나 됐다.

김 연구원은 “삼성 파운드리의 경우 올해를 기점으로 TSMC와 간극을 줄여나갈 것이다”며 “내년 양산 예정인 2nm 공정을 통해 TSMC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 파운드리는 올해와 내년 AI 반도체 주문 증가와 2나노 기술 경쟁력 부각 등으로 점유율 회복이 시작될 전망이다”며 “올해 온디바이스(On device) AI 확산 영향으로 AI PC와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확대되고, 내년에 GAA 기반 2나노 공정 우위를 확보한다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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