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반도체 보조금 또 수십조 푼다…삼성·SK, 이번엔 수혜 받나

시간 입력 2024-01-30 07:00:00 시간 수정 2024-01-29 18: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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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바이든 행정부, 몇 주 내 보조금 지급 방안 결정”
3월 7일 의회 국정 연설 전 지원 대상·규모 발표할 듯
美, 그간 미국·서방 기업에만 반도체 보조금 지원 ‘빈축’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한 삼성·SK, 보조금 수혜 가능성↑

미국이 조만간 현지에 신규 반도체공장을 짓는 기업에 대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미 정부가 기존에 지원했던 반도체 보조금은 미국 및 서방 기업에 국한돼 상대적으로 아시아권 업체들을 도외시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따라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업계도 이번에는 보조금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에 새 공장을 건설하는 주요 반도체 업체들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몇 주 안에 결정할 예정이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조금 지원 대상과 규모는 올해 3월 7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 연설 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미 정부의 이같은 행보가 올 11월로 다가온 미국 대선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국정 연설에 첨단 반도체 제조 및 일자리 창출에 대한 경제적 성과를 담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의 보조금 추가 지원이 가시화 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서 사실상 소외돼 왔던 게 사실이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22년 8월 발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 현지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반도체 업체들에 2027년까지 527억달러(약 70조4072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한 바 있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은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미국 내 반도체공장 설립 지원에 390억달러(약 52조1040억원), 연구개발(R&D)·인력 육성 지원에 132억달러(약 17조6352억원) 등이다.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오리건공장. <사진=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이처럼 대규모의 보조금 재원이 조성됐는데도 불구하고, 미 행정부는 미국 및 서방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현지에서도 미 정부가 정작 대규모의 현지 투자를 약속한 해외 기업을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지난 4일 미국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마이크로칩)에 1억6200만달러(약 2164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키로 했다. 마이크로칩은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가전 제품, 비행기, 항공우주, 국방 분야 등에 주로 사용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머추어 노드(40nm 이상) 등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다. 

마이크로칩이 받은 보조금 가운데 9000만달러(약 1202억원)는 미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에 위치한 반도체 제조 시설 현대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나머지 7200만달러(약 962억원)는 미 오리건주 그레셤에 있는 반도체 제조 시설 확장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마이크로칩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에는 영국 방산 업체 BAE시스템스 뉴햄프셔공장에 최초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원 규모는 3500만달러(약 468억원) 수준이다. BAE시스템스는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F-35 등 미군 정예 전투기에 사용되는 핵심 반도체 생산 설비를 현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미 정부가 이렇듯 미국 및 서방 기업에만 자금을 몰아주려는 듯한 조짐을 보이자, 여타 반도체 업체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세계 각국에서 반도체 지원법을 겨냥해 미 당국에 지원을 요청한 업체들은 수백여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 내 기업 위주로 보조금을 몰아줄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다수의 해외 반도체 업체들은 자칫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몇몇 반도체 기업들이 아예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K-반도체는 상당한 불안감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미국의 보조금 지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삼성·SK의 우려도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삼성·SK가 발표한 대(對)미국 투자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미 텍사스주에 170억달러(약 22조7120억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현재 건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미 텍사스주에 향후 20년 간 1920억달러(약 256조6456억원)을 투자해 반도체공장 11곳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은 2019년 4월 당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2년 7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300억달러(약 40조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SK는 패키징공장 등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만 150억달러(약 20조400억원)를 쏟아 붓는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로 미국에 구축되는 신규 생산 설비는 전 세계적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 거점이 될 전망이다.

미 현지에서도 이번 지원금이 반도체 생산 거점에 집중 지원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실제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스마트폰, AI(인공지능), 무기 시스템 등을 작동시키는 첨단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며 “이를 양산하는 주요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약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당장,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 규모로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이 수혜 가능성이 큰 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SK하이닉스>

WSJ은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도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인텔은 435억달러(약 58조1160억원), TSMC는 400억달러(약 53조4400억원)를 투입해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글로벌파운드리 등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미 정부는 조만간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 대상 업체를 추가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현재 570개 이상의 기업이 반도체 지원법 프로그램에 관심을 표명했다”며 “올해 약 12차례의 보조금 지원 발표가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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