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이어 리튬까지…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수직계열화 ‘가속’

시간 입력 2024-01-22 17:45:00 시간 수정 2024-01-22 18: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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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신리튬·간펑리튬과 연이어 장기 구매 계약
리튬 직접 조달 나서…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향후 전기차·배터리 자체 생산 가능성…가격 경쟁력↑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와 니켈에 이어 리튬 직접 조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K온·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제조사와의 가격 협상력을 강화하고,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구현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8일 중국 간펑리튬과 수산화리튬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1일에는 중국 성산리튬에너지와 수산화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두 계약 모두 공급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계약은 2027년 말까지 약 4년간 유효하다.

간펑리튬은 세계 1위 리튬 생산 업체다. 테슬라, 폭스바겐, BMW 등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간펑리튬으로부터 리튬을 공급받고 있다. 성신리튬은 중국 5위 리튬 생산 업체다. 지난해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로 올라선 중국 비야디(BYD)가 성신리튬의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주원료 중 하나다. 광산에서 추출된 리튬은 가공을 통해 수산화리튬으로 전환돼 배터리 양극재로 활용된다. 주로 니켈과 합성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사용된다. 특히 수산화리튬의 순도가 배터리 품질을 좌우하는 만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생산량이 적고 생산지가 한정된 희귀 금속으로 분류되는 리튬은 일명 ‘하얀 석유’나 ‘백색 황금’으로 불린다.

현대차가 연초부터 직접 리튬 조달에 나선 것은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의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는 200만대로, 이를 달성하려면 안정적인 리튬 공급망 구축이 핵심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판매량의 34%로 높이고, 주요 시장인 미국·유럽·한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53%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공급 과잉 우려로 올해 들어 리튬 가격이 크게 떨어진 점도 현대차를 움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코미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리튬 가격은 1kg당 86.5위안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던 2022년 11월 11일(581.5위안) 대비 85.1% 하락했다. 리튬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시점에 구매 계약을 체결해 두면 향후 리튬 가격이 다시 상승해도 안정적 조달이 가능하고, 배터리사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30일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 담당 부사장(왼쪽)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지난해 8월 30일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 담당 부사장(왼쪽)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최근 행보를 두고 전기차와 배터리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현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앞서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이후 2021년 희토류, 2022년 니켈에 이어 올해 리튬 직접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니켈의 경우 지난해 고려아연의 지분 5%를 인수하며 니켈 원료 공동 구매, 광산 개발 프로젝트 공동 투자 등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준을 충족하는 핵심 원재료 소싱 분야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현재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합작공장 건설과 전기차 배터리 공동 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소재, 셀, 모듈, 팩 등의 수직 계열화를 통한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며,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배터리 단가 인하가 동반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생산 원가를 낮춰야 한다”며 “비야디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것도 수직통합적 구조를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도 전기차 배터리 부문 투자를 계속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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