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한 5대 은행…상생금융·건전성 압박 부담 가중

시간 입력 2023-12-12 07:00:00 시간 수정 2023-12-12 08: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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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②-경기 불확실성에도 기업금융·비이자이익 성장으로 실적 향상
3Q 누적 이자이익만 30조…‘이자장사’ 비판에 상생금융 부담 가중
금융산업 경쟁 격화…디지털·비금융 제휴 등 새로운 수익원 발굴 나서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이 정상화 됐지만, 한국 경제는 또다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高)’ 현상이라는 바이러스의 위협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가계·기업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권 건전성 관리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결과를 접했다. 전 금융권이 나서 연체·부실채권 대책 마련과 충당금 적립을 독려하면서 성장 동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금융기업이 성장을 위한 날개짓을 멈추지 않은 해로 기록된다. 2023년 한 해 불확실성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수익성 확보에 나선 금융권의 활동상을 되집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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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반에 걸친 유동성 위기와 맞물린 금융 불확실성 우려에도 국내 5대 시중은행은 이자수익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전반적으로 선방했다. 기업금융 부문에 영업력을 확대하며 대출 자산을 꾸준히 늘린 데다 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린 결과다. 올해는 자산시장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약한 고리로 지적된 비이자이익도 개선됐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줬지만 시중은행들은 마냥 웃지 못했다. 고금리·고물가에 경제가 위축되면서 가계·기업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와중 나홀로 실적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등장하며 ‘공공의 적’으로 내몰렸으며, 당국으로부터 ‘상생’ 압박도 가해졌다. 여기에 은행간 경쟁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비은행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이라는 생존 과제도 떠안게 됐다. 은행을 둘러싼 금융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필요성도 더욱 커졌다.

경기 침체 잘 버텨낸 시중은행…막대한 이자이익 수혜로 실적 개선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이 발표한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12조12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성장했다. 변동성이 커진 환율과 올초 불거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금융권 안팎으로 불확설싱이 고조됐지만 국내 시중은행은 대체로 무난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은행별로 보면 공격적으로 영업력을 확대한 하나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3% 가파르게 늘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도 각각 12%, 10% 늘어 10%대 성장률을 보였다. 신한은행도 6.6% 증가했으며, 우리은행만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이 3.5% 감소했다.

올해 국내 시중은행은 기업금융으로 성장 돌파구를 찾았다.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시장이 다소 위축됐지만 회사채보다 기업대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은행의 사업역량도 기업대출로 기울었다. 실제로 3분기 가계대출이 전년 말 대비 평균 2% 안팎으로 감소할 동안 기업대출은 7.2% 증가했다.

기업대출 중심의 성장 전략을 구사한 결과 5대 시중은행은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뒀다. 3분기 누적 기준 이자이익은 총 30조93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1314억원(7.2%) 늘어난 규모이다. 지난해 자산시장 침체로 위축된 비이자이익도 조금씩 기지개를 켰는데 유가증권 이익 호조로 비이자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두배 넘게 늘면서 은행 전반의 실적 호조세를 이끌었다.

‘이자장사’로 공공의 적…상생금융 압박 부담 불가피

다만 시중은행은 이같은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기를 꺼려하는 모습이다. 문제가 된 건 은행이 거둬들인 이자이익 규모 때문이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와 기업 모두 형편이 어려워진 가운데 손 쉬운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실적을 거뒀다는 질타가 따랐다. 

논란의 불을 지핀 건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이 올초 ‘2023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라고 언급한 이후 금융당국도 이자장사 행태를 지적하며 은행의 사회적 역할과 상생금융 확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은행권을 향한 질타 목소리가 이어지는 와중 상반기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한 신용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취약차주별 이자 감면,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자영업자 금융지원 등 수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었다.

정부의 고통분담과 ‘상생’ 요구는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지난 10월 윤 대통령의 ‘자영업자가 은행의 종노릇을 한다’는 발언을 계기로 이자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수하는 이른바 ‘횡재세’ 논란에 불을 지폈다.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은행이 짊어지게 된 상생금융 부담은 더욱 커진 것이 사실이다. 은행권은 상반기에 이어 올해 연말에도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쟁 심화·건전성 악화 가시화로 보수적 영업 불가피…‘신산업’ 적극 모색해야

2024년은 그 어느 해보다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은행이 이자장사라는 오명을 벗고 외풍을 잘 견디기 위해선 체질개선을 통한 수익성 확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은행산업 내외로부터 경쟁 압력이 심화한 점은 신산업 발굴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금융당국은 은행간 혁신을 촉진하고자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를 발족했다. 예대금리차 공시를 확대하고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 금융권내 경쟁이 심화한 데다 핀테크 기업이 조금씩 영역을 넓히면서 경쟁구도가 변하고 있다.

게다가 대출 성장률이 조금씩 둔화한 데다 자산건전성 악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등 은행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그리 녹록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3분기 평균 연체율은 0.3%로 전년 말 대비 0.1%포인트 증가했다. 부실자산 비율 역시 덩달아 증가하고 있어 보수적이 영업이 불가피한 가운데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 내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은행의 2024년 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소폭 둔화된 3.7%로 신용위험 상승으로 인해 리스크관리 기조가 강회돼 대출 공급이 축소될 전망”이라며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전반적인 성장 전략은 보수적으로 설정하되 기업금융 부문에 집중 투자해 지속 성장 기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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