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 불확실성 견뎠다…5대 금융지주, ‘상생’ 부담 속 수익성 확대

시간 입력 2023-12-05 07:00:00 시간 수정 2023-12-05 15: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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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①-불확실성 컸던 금융환경 속…사상 최대 실적 또다시 경신 예고
‘상생 금융’ 요구 컸던 한 해, 횡재세 규모 상당의 실천 부담
이자수익 외 수익성 확보 과제…비은행·글로벌·디지털 성장 전략 쟁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이 정상화 됐지만, 한국 경제는 또다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高)’ 현상이라는 바이러스의 위협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가계·기업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권 건전성 관리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결과를 접했다. 전 금융권이 나서 연체·부실채권 대책 마련과 충당금 적립을 독려하면서 성장 동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금융기업이 성장을 위한 춤사위를 멈추지 않은 해로 기록된다. 2023년 한 해 불확실성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수익성 확보에 나선 금융권의 활동상을 되집어 본다.  <편집자 주>   

주요 금융지주사에게 2023년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국내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 또 한 번의 실적 경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적 개선을 올해 주된 경영성과로 내세우기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수익성 확대 배경에는 국내외 시장 지배력 확대와 경영효율성 극대화라는 노력이 한 몫했지만, ‘이자 장사’ 이미지만 덧씌운채 비판대에 오른 까닭이다.

여기에 금융지주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따른 상생 금융을 실천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금융사의 이자수익 창출을 비판하고 나선 데다 일명 ‘횡재세’ 도입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되는 만큼 상생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자수익 외의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해진 상태다. 또 2024년 신규 포트폴리오 구축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등을 통해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을 꾀하고, 디지털과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한 추가적인 수익성을 마련해야하는 과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 경제 불확실성에도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 예고

5대 금융지주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실적 현황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이들이 시현한 지배기업 지분 기준 연결 당기순이익은 총 15조6499억원이다. 전년 동기 15조8363억원 대비 1.2% 감소한 수치지만 이는 사실상 경기둔화 우려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이다.

실제 5대 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올해 3분기까지의 전입액은 총 6조8892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3766억원 대비 104% 증가했다.

그러나 주요 수익원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총 36조5987억원으로 전년 동기 36조2044억원 대비 1.1% 늘었으며,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6조7092억원에서 10조7090억원으로 59.6% 늘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은 총 8조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1516억원 대비 2.3%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이미 올 3분기까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만큼 4분기에는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액이 많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이에 연말 누적 실적은 작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컨센서스를 취합한 결과 상장 금융지주사 4곳의 2023년 지배기업 지분 기준 연결 당기순이익 추정 총액은 12조3114억원으로 전년 동기 15조7312억원 대비 3.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부적으로 KB금융지주가 전년 4조3948억원 대비 14.9% 증가한 5조504억원으로 추정되며 사상 최초로 5조원대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전년 4조6423억원 대비 0.5% 증가한 4조6662억원으로 예측되며 우수한 성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전년 동기 3조5524억원 대비 4.3% 늘어난 3조7045억원으로 추정되며 4조원대 시현의 목전에 둔 것으로 전망됐다.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상장사가 아닌 만큼 증권사 컨센선스를 통한 전망치는 나타나지 않지만 금융권에서는 타 금융지주사와 비슷한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의 올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2조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9717억원 대비 3.7% 증가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5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순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업권 전반적으로 이자수익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 속 비이자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향이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총 14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조달 금리 탓에 불황을 겪고 있는 카드와 캐피탈 등을 주요사로 보유하고 있을 뿐 보험, 증권 등의 업종이 부재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예측되는 2023년 순익은 전년 동기 3조1417억원 대비 8.0% 감소한 2조8903억원이다.

◆ ‘상생 금융’ 실천 요구는 부담…비이자수익 확대 과제

금융지주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에는 신성장동력을 마련해 수익성을 높이고 판관비 절감 등을 통해 효율성을 꾀한 노력이 자리한다. 그러나 최근 금융지주사의 성과가 모두 이자 장사로 인한 결과라고 오평(誤評)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는 5대 금융지주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외 긴축 기조에 따른 고금리까지 더해지며 국민의 부담이 상당한 데 주요 금융사들은 오히려 이를 이자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은행의 이자수익 창출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후 ‘상생 금융’을 주요 키워드로 앞세우며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끝에 5대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10조원 규모의 상생지원안까지 도출됐다.

그럼에도 금융권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은 멈추질 않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소상공인은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발언을 통해 또다시 금융권을 옥죄고 나섰다. 이밖에도 ‘갑질’, ‘횡포’, ‘독과점’ 등의 단어가 정치권에서 지속 대두될 만큼 일명 ‘이자 장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일명 ‘횡재세(초과이윤세)’ 도입 논의로까지 확대됐다. 횡재세란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기업에 대해 보통소득세와 별도로 초과분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는 방식이다.

지난 11월 14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에는 금융사의 순이자수익이 직전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을 때 초과분의 최대 40%까지를 환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그간 불거져 왔던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이 아닌 ‘상생 금융 기여금’ 형태로 변형하며 도입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도입 여부는 아직은 미지수지만, 금융당국에서 해당 수준에 상응하는 금액을 상생 금융에 사용할 것을 당부한 만큼 금융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부담을 안게 됐다. 실제 금융당국 수장들은 최근 연이어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상생 금융 실천에 대해 요청하며 ‘횡재세’와 관련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국민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 등의 발언이 횡재세 규모를 의미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시스템에 공개된 국내은행의 순이자수익 성과를 바탕으로 추산한 횡재세 규모는 최대 1조966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주요 시중은행을 보유한 5대 금융지주가 부담해야 할 규모는 약 1조2740억원으로 전체의 65% 가량에 달한다.

이 때문에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자수익 외의 수익성 확보를 통해 이를 만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왼쪽 상단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사진=각사>
(왼쪽 상단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사진=각사>

◆ 새 얼굴 맞이한 금융지주사, 신규 수장들의 중장기 전략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은 단연 비이자수익 확대다. 비이자수익의 경우 통상적으로 수수료수익에서 발생하는 만큼 비은행 계열사의 성과로 좌우된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수익성 창출을 위해 비은행 계열사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다. 아울러 디지털, 글로벌 등 신성장동력 마련에도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어 최근의 경영전략은 모두 이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들어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사의 수장이 모두 교체된 점은 추가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지주사의 신규 경영전략 수립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었다.

우선 올 초 취임한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지난해 손병환 회장 체제에서 수립됐던 ‘금융의 모든 순간, 함께 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비전 체계와 전략을 내재화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지난 1년간 농협만의 색깔과 역할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략투자 확대, 신남방 권역 중심의 글로벌 수익성 확보, 생활금융플랫폼 안착을 위한 디지털 사업 추진 등을 통해 수익성을 꾀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역시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겠다는 경영 철학 아래 삶의 모든 영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인비저블 금융(Invisible Finance) 구현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선언한 상태다. 최근에는 그룹 디지털 핵심 역량을 담은 통합 앱인 ‘신한 슈퍼SOL’의 출시를 예고하고 그룹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같은 달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신뢰받는 우리금융 △빠르게 혁신하는 우리금융 △경쟁력 있는 우리금융 △국민들께 힘이 되는 우리금융 등 4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며 우리금융이 새롭게 나아갈 방향을 수립했다. 그러면서 ‘미래성장 추진력 강화’를 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고히 했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새롭게 취임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금융업 외 비금융업에 대한 콘텐츠를 확대하며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상태다. 양 회장은 “KB금융은 전반적인 금융 포트폴리오는 이미 갖춰진 상태인 만큼 추가적인 금융사 인수합병(M&A)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최근 금융지주사가 추진하는 방향이 단순히 금융뿐 아니라 비금융 영역까지도 포괄해야 하는 만큼 M&A 대상에 이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선포한 상태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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