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원자잿값 상승으로 부동산 경기 위축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신사업 확장에 집중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신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은 기존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신사업 확장을 통해 미래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친환경 미래 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총 발전용량 875㎿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발전소는 오는 2024년 11월에 준공될 예정이며, 완공 후에는 카타르에너지가 소유한 산업단지 내 에너지 관련 시설과 국가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MR이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300㎿ 이하의 소형 원자로다.
회사는 지난 6월에 루마니아 SMR 건설 사업을 위해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등 5개사와 공동으로 ‘SMR 건설프로젝트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삼성물산이 SMR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해 시공 등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오는 2029년 상업 운영을 목표로 루마니아 도이세슈티 지역 화력발전소를 462㎿ 규모의 SMR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체질개선을 추진 중인 현대건설도 SMR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원자력기업 홀텍과 오는 2026년까지 SMR을 미국 본토에 착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수주 규모는 최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 홀텍과 SMR 개발,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회사는 지난 3월 사업목적에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 및 소규모전력중개사업’을 추가하고,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등 신사업 추진에도 나서고 있다. PPA는 전력생산자가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전기를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대형사들은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40년까지 국내 UAM 시장 규모는 13조원으로 전망된다. 이에 건설사들은 이착륙·충전·정비 등 도심공항 역할을 할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 구축을 비롯한 인프라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달 한국공항공사, 포스코와 ‘빌딩형 UAM 버티포트 개발을 위한 전략적 기술개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UAM 상용화 시 필요한 건설 인프라 구축 관련 기술을 공동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제주항공과 K-UAM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그랜드챌린지 1단계 실증사업을 위한 기본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K-UAM 그랜드챌린지는 2025년 UAM 상용화를 위한 민관합동 실증사업이다. 이외에도 현대건설(현대차‧그룹·KT)과 롯데건설(롯데정보통신·롯데렌탈·민트에어 등), GS건설(LG유플러스·카카오모빌리티 등)이 각각 컨소시엄을 꾸리고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에 이어 최근 유지·보수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회사는 2020년 9월 전기차 충전 사업자 등록을 완료했고, 2022년 10월 사업 EVC 전담팀을 신설했다. 올해 초에는 환경부 주관 전기차 충전 보조금 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등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업 본격화 첫 해인 올해 6000기의 충전시설 계약 목표를 세웠고, 상반기까지 2731기의 계약을 완료했다. 향후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 2030년까지 약 4만기의 계약을 완료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시공과 설치, 운영, 유지·보수 서비스 등 전기차 충전시설 관련 토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사들의 신사업 강화 행보는 그동안 주력 부문이었던 주택·토목사업의 부진이 지속되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수주액은 18조4000억원으로 작년 동기(24조5000억원) 대비 24.8%가 감소했다. 향후 건설 경기 상황을 예고해주는 건설수주액도 지난 7월 전년 동기 대비 55.3% 감소했다. 이는 2020년 10월(-58.9%) 이후 12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축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신사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뿐만 아니라 중견 건설사도 신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당장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매년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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