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난기류’…EU “기업결합 심사 기한 연장”

시간 입력 2023-06-30 07:00:01 시간 수정 2023-06-29 17: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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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기업결합 심사 기한 재차 연장
합병 승인 최종 결정 시점은 10월 중 전망
대한항공 “시정조치 통해 최종 승인 확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또다시 난기류를 만났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기한을 재차 연장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 시점이 연기된 만큼 향후 미국·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기한을 근무일 기준으로 20일 연장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대한항공의 시장 경쟁 제한 완화를 위한 심사 기한 연장 요청에 따른 것으로, EU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 최종 결정 시점은 최대 2개월 정도 연기될 전망이다.

EU 경쟁당국은 2021년 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한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한 이후 올해 1월 1단계(예비)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지만,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2월부터 2단계(최종)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며, 당초 오는 7월 5일로 예정됐던 조건부 승인 최종 결정 시점은 8월 3일로 한 차례 밀린 데 이어 10월 중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EU 경쟁당국의 2단계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진 건 운송 시장 내 경쟁 제한 우려 탓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대한항공에 발송한 심사보고서(SO)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의 여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과 유럽 간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 경쟁 또한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O는 예비조사를 통해 확인한 경쟁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중간 심사 결과를 담은 문서로, 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이 독점 체제와 관련해 추가 심사가 필요한 항목을 대한항공에 공식 통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의 SO 답변서와 시정조치 방안 등을 종합해 합병 승인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상당히 견제하는 분위기”라며 “대한항공의 심사 기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인 건 승인에 대한 가능성이 어느 정도 열려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보잉787-9.<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은 SO에 포함된 EU 경쟁당국의 우려를 최대한 빠르게 해소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와 심사 기한 연장 협의를 진행했으며, 이에 따라 심사 연장이 최종 결정됐다”며 “심사 연장 기간 내 EU 집행위원회와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필수 신고국가 9개, 임의 신고국가 5개를 포함한 총 14개국 중 EU,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EU, 미국, 일본은 기업결합 신고를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신고국으로, 이들 국가의 승인이 모두 이뤄지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 절차는 완료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M&A를 위해 2021년 1월 14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후 같은해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 싱가포르, 호주, 중국, 영국 등 11개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마쳤다.

항공업계는 최근 기류 변화로 인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 완료 시점이 내년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U가 여느 국가보다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합병 승인 최종 결정 시점을 늦춘 데다 미국 법무부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EU는 지난해 초에도 시장 경쟁 제한 우려를 들어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합병을 최종 불승인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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