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워치] ‘구조화금융의 달인’ 최희문 경영스타일 주목…메리츠증권, 나홀로 ‘1조 클럽’

시간 입력 2023-02-17 17:23:08 시간 수정 2023-02-17 17: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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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여 만에 중소형 증권사서 국내 ‘1위’ 이익규모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
해외 금융사 성과위주 경영방식 국내서 펼친 효과…수익 다각화로 위기 극복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 ‘1조 클럽’ 진입에 성공한 메리츠증권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의 경영관이 주목 받고 있다.

최 부회장 취임 초기인 10여년 전만 해도 중소형 증권사에 포함됐던 메리츠증권은, 주력 분야인 부동산PF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서의 선전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기준 국내 증권사 중 ‘1위’로 오른 것이다.

‘구조화금융의 달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최 부회장은, 현재 부동산PF 시장에서 메리츠증권의 입지를 세운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우량한 ‘딜’을 선별해 투자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 비결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으로 1조925억원을 벌어들여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주요 증권사 중에는 유일하게 전년 대비 실적 상승을 시현했으며,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곳도 메리츠증권이 유일하다.

당기순이익도 828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5.8% 늘어난 것으로 공시됐다.

메리츠증권 측은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차별화된 수익 창출 능력과 탁월한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메리츠증권의 ‘나홀로’ 성장 뒤에는 최 부회장이 고집해 온 경영 방침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리테일에 치중하는 타 대형 증권사와 달리 IB(기업금융),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S&T(세일즈앤트레이딩) 등 다각화된 수익 포트폴리오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증시 불황의 타격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실제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타 증권사 대비 위탁매매 브로커리지, WM(자산관리) 등 리테일에 의존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순영업수익 구성비를 보면 금융수지가 51%, 자산운용(Trading) 25%, IB가 19%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브로커리지와 WM 등은 4%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성비로 과거에는 리테일 위주의 타 증권사 대비 비교적 존재감이 낮았지만, 최근 증시 불황 속에서는 다양한 수익원에서 탄탄한 이익 성장세를 지킬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최 부회장은 뱅커스트러스트, CSFB, 골드만삭스 등 유수의 해외 금융사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이후 2002년 삼성증권에 입사해 국내 금융사를 경험했으며, 2009년 메리츠증권 부사장으로 입사 후 2010년부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현재까지 4연임으로 메리츠증권을 이끌어 오며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도 유명하다.

해외파인 최 회장은 국내 전통적인 금융사들이 고수해 온 문법을 답습하기보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능력 위주’ 경영 스타일을 과감히 도입했다. 연공서열이 아닌 업무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투명하게 지급하는 체제를 제도화함으로써 능력 있는 인재들을 대거 채용했다.

내부적으로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자유로운 토론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타 금융사들과는 다른 행보의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며 눈길을 끌기도 한다. 최 부회장은 ‘레고랜드’발 사태로 부동산 시장 자금경색이 한창인 시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건설에 9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단행한 것이 그 예다. 9000억원 전액을 선순위로 출자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수익성은 확보하는 효과를 냈다. 다른 금융사들이 몸을 사리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된 것이다.

메리츠증권 측은 “올해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그룹 시너지 확대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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