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에 또 공장 짓는다…中 올인 삼성·SK도 ‘美와 초협력’ 속도

시간 입력 2022-11-11 07:00:01 시간 수정 2022-11-10 17: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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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TSMC, 미 애리조나주에 약 16.5조원 추가 투입”
“TSMC, 美와 협력 통해 반도체 공급망 강화하려는 듯”
삼성·SK는 반도체 설비투자, 미국보다 중국에 집중
최태원 회장,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약 21조원 투자키로
삼성, 20년 간 250조원 투자…美 반도체공장 11곳 건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대만 TSMC가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과의 협력 강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TSMC에 밀려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의 눈 밖에 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투자 계획 등을 살피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11일 IT 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으로 9일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반도체공장을 더 짓기 위해 120억달러(약 16조4988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TSMC가 2020년 발표한 피닉스공장 설립 계획과 별도로 추진되는 것이다. 앞서 TSMC는 120억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겠다고 2020년 5월 발표했다. 올해 8월 완공된 해당 공장에서는 2024년부터 첨단 공정인 5nm(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새로 건설되는 공장은 초미세 공정을 통해 3nm 트랜지스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는 피닉스공장 인근에 최첨단 반도체공장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몇 달 안에 공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만 TSMC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TSMC는 “미 애리조나주에 추가로 짓는 공장이 두 번째 반도체공장이 될 것인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 내리지 않은 상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TSMC는 해당 공장이 향후 생산 설비 확장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TSMC는 “애플 등 고객 수요가 강력한 상황에서 운영 효율성과 비용 등을 감안할 때 피닉스에 두 번째 팹을 통해 더 많은 용량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대만 TSMC. <사진=연합뉴스>

TSMC가 또 한 차례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반도체 제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려는 미국의 적극적인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현지 제조 능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미 의회는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총 2800억달러(약 384조916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산업지원법(칩스법)을 최근 통과시켰다. 이에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짓는 기업들은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뿐 아니라 내년부터는 보조금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책정한 반도체 생산 설비 건립 지원금은 390억달러(약 53조4417억원)에 달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도 투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WSJ은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10년 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1조달러(약 1369조8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TSMC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마련된한 배경에는 이같은 판단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TSMC는 향후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인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열린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TSMC는 올해 설비 투자 목표치를 당초 400억달러(약 54조8240억원)에서 10% 낮춘 360억달러(약 49조3416억원)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일본·대만에 반도체 동맹 ‘칩4(Chip4)'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면서 상황은 뒤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으로 중국에서의 생산 차질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TSMC는 중국 난징과 상하이 인근에 반도체공장 2곳을 운영 중이다.

이에 TSMC는 미국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 장비를 원활히 수급함과 동시에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다수의 미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로부터 첨단 반도체를 위탁 받아 현지 공장에서 반도체 제조·생산에 주력한다는 심산이다.

일각에서는 TSMC의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TSMC는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 강화를 위해 향후 3년 동안 무려 1000억달러(약 137조41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또 영국 IT 전문 매체 실리콘에 따르면 TSMC는 향후 10~15년에 걸쳐 미 애리조나주에 최대 6개의 공장을 추가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TSMC가 투자를 늘리며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협력 관계 개선에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매년 수십조원을 설비 투자에 쏟아 붓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설비 투자에 약 48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지난해 설비 투자 비율은 2018년 대비 3.3%p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그동안 중국에 집중돼 왔다는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8억달러(약 5조4701억원)로 중국에 투자한 170억6000만달러(약 24조5579억원)의 22.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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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시스템 LSI와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 및 R&D 법인 등을 세우고 운영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 대한 투자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1996년 중국 쑤저우에 D램 후공정 시설을 구축했고, 2006년에는 상하이에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또한 2012년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건설하는 등 중국 현지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생산 시설이 아예 없다. 중국에만 249억달러(약 35조856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2005년 중국 우시에 D램 공장을 설립했고, 2019년 생산라인과 후공정 확장 공사를 진행했다. 2013년에는 중국 충칭에 낸드 후공정 시설을 구축했고, 2018년엔 아날로그 파운드리공장도 착공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신규 반도체공장을 건설할 계획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미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게 전부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이같은 우려를 의식했는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미국을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C 반도체 기판 자회사 앱솔릭스는 이달 1일 미 조지아주 코빙턴에서 반도체 기판 제조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 곳에서는 인쇄회로기판(PCB)으로 불리는 반도체 기판이 생산될 예정이다.

신규 공장에는 6억달러(약 827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다. SK그룹은 당초 4억7300만달러(약 6513억원)를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반도체 기판 수요 확대에 대비하고 첨단 장비를 도입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늘렸다.

앱솔릭스 공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300억달러(약 41조3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뒤 실제 반도체 분야에서 집행된 첫 투자 사례다. SK는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만 150억달러(약 20조6550억원)를 쏟아 붓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SK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시 최 회장은 “향후 미국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R&D 협력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미 텍사스주에 향후 20년 동안 25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공장 11곳을 짓기로 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2019년 4월 당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R&D에 133조원을 투자해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당장 올해 투자 규모도 유지한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업황 악화를 이유로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삼성전자는 올해 54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 목표치를 계획대로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48조2000억원 대비 12% 증가한 수치다. 또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에 대한 선제적 투자도 추진한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적정 수준으로 인풋(input) 투자를 지속하고, 반도체 업황과 연계해 설비 투자를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투자 기조는 동일하다”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이익 기반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설비 투자가 즉각적인 비트 생산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며 “중장기적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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