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후폭풍…“AAA급 공공기관도 돈줄 말랐다”

시간 입력 2022-10-31 07:00:01 시간 수정 2022-10-31 06: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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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發 자금난, 대형 공공기관 도미노 확산
AAA급도 유찰 이어져, 금융 당국 지원책에 그나마 숨통
“투자쏠림에 일반기업 으로 자금난 확산”

<사진=CEO스코어데일리>

‘레고랜드 사태’로 높은 신용등급의 대형 공공기관들이  잇따른 채권발행에 실패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공공기관 채권투자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채권 유찰이 발생한 대형 공공기관은 한국도로공사·국가철도공단·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공사 등 4곳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은 국채수준의 높은 신용등급을 보장하고 있어, 그동안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특히 한전이나 인천공항공사 등 대형 공공기관들의 채권 신용등급은 A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일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최종 부도 처리될 위기를 맞으면서, AAA급 우량 공공기관들의 채권 입찰도 잇따라 유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레고랜드 발 신용위기 사태로 채권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그 여파가 높은 신용등급의 공공기관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 발행에 나선 도로공사는 지난 17일 2년 만기 1000억원이 유찰됐고, 철도공단도 다음날인 18일 2년 만기 1500억원 규모의 채권발행이 무산됐다. 또한 가스공사도 지난 24일 2년 만기 2000억원 입찰을 시도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2년·3년 만기로 각각 600억원씩 총 12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나섰지만, 2년물의 경우는 200억원 늘어난 800억원을 확보했지만, 3년물은 400억원을 발행하는데 그쳤다.

신용등급 AAA의 우량 기관인 한국전력도 2년·3년 만기 채권을 각각 2000억원씩 총 4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투자자들의 저조한 응찰로 2년 만기 채권만 800억원 발행하는데 그쳤다. 한전은 채권 발행 금액이 23조원 이상으로 공공기관들 중 채권 규모가 가장 크다. 하지만 적자경영과 부채 증가로 채권 발행 한도를 연장시키는 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하는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라는 악재까지 추가되면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게 됐다.

주요 공공기관들이 채권발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는 지난 23일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확보를 위해 내달 초까지 금융사 83곳에 추가자금 납입요청을 하는 등 총 50조원의 재원마련에 나섰다. 또한 지난 27일에는 한국은행이 한전과 가스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의 공공채 및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에 포함시키는 조치를 밝혔다. 추가 발행한 은행채를 담보로 한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자금경색을 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정부가 공공기관 채권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한전 채권으로 투자심리가 쏠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 여파로 이번에는 일반 기업의 회사채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특히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공공기관의 자금난은 한국은행이 한전 채권을 매입하면서 당분간은 진정될 것이지만, 주택구매 심리 급락 및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현지용 기자 / hj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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